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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겨울시 모음] 도종환 ‘겨울나무’ 외

by 늘해나 2023.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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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관한 시 모음

 

[겨울시 모음] 섬네일 이미지

 

 

겨울나무

 

- 도종환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 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 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하였다고 쉽게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 많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눈물겹게 지켜낸 한 시대를 빼놓고.

 

 

<겨울나무> 시 일부 들어간 이미지

 

 

 

겨울 산길에서

- 이해인 수녀

 

 

추억의 껍질 흩어진 겨울 산길에

촘촘히 들어앉은 은빛 바람이

피리 불고 있었네

 

새 소리 묻은 솔잎 향기 사이로

수없이 듣고 싶은 그대의 음성

얼굴은 아직 보이지 않았네

 

시린 두 손으로 햇볕을 끌어내려

새 봄의 속옷을 짜는

겨울의 지혜

 

찢어진 나목의 가슴 한켠을

살짝 엿보다

무심코 잃어버린

오래 전의 나를 찾았네

 

 

<겨울산길에서> 시 일부 들어간 이미지

 

 

 

겨울날

 

- 신경림

 

우리들

깨끗해지라고

함박눈 하얗게

내려 쌓이고

 

우리들

튼튼해지라고

겨울 바람

밤새껏

창문을 흔들더니

 

새벽 하늘에

초록별

다닥다닥 붙었다

 

우리들

가슴에 아름다운 꿈

지니라고

 

 

<겨울날> 시 일부 들어간 이미지

 

 

 

겨울의 노래

 

- 서정윤

 

 

겨울입니다

내 의식의 차가운 겨울

언제라도 따스한 바람은 비켜 지나가고

얼음은 자꾸만 두터운 옷을 껴입고

한번 지나간 별빛은

다시 시작할 수 없습니다

 

눈물이 떨어지는 곳은

너무 깊은 계곡입니다

바람이 긴 머리를 날리며 손을 흔듭니다

다시는 시작할 수 없는

남루한 의식의 겨울입니다.

 

 

 

 

 

나무들의 겨울나기

 

- 정연복

 

나무들의 겨울나기는

단순하다

 

본질만 꼭 필요한

알맹이만 달랑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가만히 내려놓는 것

 

봄부터 가을까지

세 계절 동안

 

알뜰히도 키웠던

자식같이 정든 이파리들

 

훌훌 떨쳐버리고

빈가지로 서 있는 것

 

이로써 새 봄의 새순을

말없이 기약하는 것이다.

 

나무들의

이 단출한 겨울나기는

 

뭔가를 끊임없이

쌓고 채우려고 안달하는

 

인간의 삶에 대해

참 많은 걸 암시해 준다

 

 

 

 

 

겨울강이 전하는 말

 

- 안재식

 

 

한파가 몰려오고

얼음이

두껍게 덮여

 

냉전

일 때도 있지, 살다보면

 

그래도

얼음장 밑 강물은

여전히 숨어 흐르잖아

 

별이 잠든 겨울 강가에

꽃바람 오면

온통 꽃물 들 거야, 때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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