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라는 종착역
- 안성란
정신 없이 달려갔다.
넘어지고 다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달려간 길에
12월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니,
지나간 시간이 발목을 잡아 놓고
돌아보는 맑은 눈동자를
1년이라는 상자에
소담스럽게 담아 놓았다.
생각할 틈도 없이
여유를 간직할 틈도 없이
정신 없이 또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남겨 버린다.
지치지도 않고
주춤거리지도 않고
시간은 또 흘러
마음에 담은 일기장을
한 쪽 두 쪽 펼쳐보게 한다.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 하는 인생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어버리는 삶이라지만,
무엇을 얻었냐 보다
무엇을 잃어 버렸는가를
먼저 생각하며
인생을 그려놓는 일기장에
버려야 하는 것을 기록하려고 한다.
살아야 한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두 가지 모두 중요하겠지만
둘 중 하나를 간직해야 한다면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소중히 여기고 싶다.
많은 시간을 잊고 살았지만
분명한 것은 버려야 할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 싶다.
하나 둘 생각해 본다.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하여
나는 12월을 보내면서
무엇을 버려야 할까.
12월의 시
- 김경미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은 버리자
멋대로 하지 말았어야 했던 일과
뜻대로 고집했어야 했던 일
사이를 오가는 후회도 잊자
그 반대도 잊자
오래된 상처는
무딘 발뒤꿈치에게 맡기고
허튼 관계는
손끝에서 빨리 휘발시키자
빠르게 걸었어도
느리게 터벅였어도
다 괜찮은 보폭이었다고
흐르는 시간은
언제나 옳은 만큼만
가고 왔다고 믿자
어떤 간이역도
다 옳았다고 믿자
12월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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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빈
마음들이
녹아내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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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마음
거치른 마음
꽁꽁 얼어붙은 마음
마음들이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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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마음이 따뜻하게
냉정한 마음이 포근하게
마음들이 어울려졌으면 좋겠습니다.
ㅤ
오직 좋은 쪽으로
긍정적인 생각으로
열지 못했던 문을 열고
굳게 닫아버린 마음을 보이면서
ㅤ
마냥 환한 미소로 마주 보면서
번져 나오는 입술에는
고운 빛의 소리가 울려 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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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상처 주는 말보다
서로 상처받는 마음보다
어루만져 주고 토닥거려 주며
격려하는 마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ㅤ
12월은 그렇게
마무리할 수 있는 날로
가득 찼으면 좋겠습니다.
ㅤ
먼저 다가가서 화해하고
먼저 손 내밀어 화합하는
그런 모습들로
가득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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