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겨울에 어울리는 시 모음
하얀 겨울의 노래
겨울에는 하얀 눈이 있어 좋습니다.
하얀 눈꽃이 조용히 내리면
매섭게 설치던 찬바람도
아침에 보이던 산새들도
덩달아 가만히 숲으로 와서
사락 사락 노래를 들으며 쉬다 갑니다.
겨울에는 하얀 노래가 더 좋습니다.
두 손을 입에다 호호 모으고
가만히 혼자서 부르면
하얀 입김으로 피어올라
처마 끝 고드름 녹는 소리와
살랑살랑 박자를 맞추며 날아갑니다.
겨울에는 봄을 기다려서 좋습니다.
하얀 목련이 마당에 필 때면
조용히 잠자던 봄바람도
숨었던 화사한 꽃노래도
은근히 우리네 곁으로 와서
두근두근 사랑의 가슴을 두드립니다.
겨울에는 내 님 마중가기 좋습니다.
강물이 추워서 서로 안으면
님이 부르시는 노래라도
멀리서 희미한 모습이라도
들리든 보이든 그날이라면
걸음 걸음 날으듯 저 강을 건너렵니다.
- 오광수 시인
겨울 아침
눈 위에 콕콕 찍어놓은 새 발자국
비틀거리지 않고 걸어간 새 발자국
한 글자도 자기 이름을
남겨두지 않은 새 발자국
없어졌다, 한순간에
새는 간명하게 자신을 정리했다
내가 질질 끌고 온 긴 발자국을 보았다
엉킨, 검은 호스 같았다
날아오르지 못하고,
나는 두리번거렸다
- 안도현 시인
겨울 이야기
세찬 겨울바람 불어와
소나무 가지 위에
작은 눈꽃마저
아스라이 사라져 버리고
낡은 창가에 걸쳐있는
앙상한 가지에는
외로움과
고독만이 너울 된다
벌거벗은 나목에 숨겨진
지난 가을의 잔영은
무심한 삭풍에
하나둘 잊혀져가니
얼굴을 스쳐 지나는
추억을 회상하며
겨울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람이 없는 텅 빈 거리에
바람이 분다
겨울, 참 쓸쓸하다
- 김수용 시인
눈 내리는 밤
말 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누나도 잠이 들고
엄마도 잠이 들고
말 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나는 나하고
이야기하고 싶다.
- 강소천 시인
뽀드득이들
이른 아침 새하얀
눈밭 위를 걸으면
눈밭 속에 숨어 있던
뽀드득이들이
발밑에서
뽀드득 뽀드득
박하사탕처럼
반짝이는 빛으로
뽀드득 뽀드득
발걸음 뗄 때마다
뽀드득 뽀드득
- 권오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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