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어울리는 시 모음
다시 눈이 내리면
-원태연
다시 눈이 내리면 생각이 나 주겠지요
오랜 세월에 묻혀 어렴풋해진 얼굴
다시 눈이 내리면 생각이 나 주겠지요
다시 눈이 쌓이면 떠올라 주겠지요
차곡차곡 쌓이는 눈처럼 그 얼굴과의 얘기
다시 눈쌓이면 떠올라 주겠지요
다시눈이 녹으면 녹아 없어지겠지요
한 송이 한 송이 정성스레 만든 얘기
다시 눈이 녹으면 어이없이 녹아 없어지겠죠
눈 오시는 날
- 오탁번
눈 오시는 날
밖을 가만히 내다본다
넉가래로 눈 치우느라 애를 먹겠지만
그거야 다음 일이다
그냥 좋다
눈을 맞는 소나무가 낙낙하다
대추나무는 오슬오슬 좀 춥다
대각선으로 날리던 눈발이
좀 전부터 허공에서부터 춤을 추듯
송이송이 회오리치며 쏟아진다
ㅅㅅㅅ, ㅎㅎㅎ, 소란스레
눈소리 들린다
메숲진 앞산 보이지 않는다
내내 함박꽃처럼 내리는 눈을
그냥 무심히 내다본다
눈길에 운전하느라 애를 먹겠지만
그거야 다음다음 일이다
그냥 좋다
눈 오시는 날
눈 온 아침
-윤석중
온 세상이 하얗게 된 아침
나는 동화속의 아이가 되어
아무도 걷지 않는
눈 위를 걸어봅니다.
한참을 걷다가 뒤돌아 보면
움푹움푹 나를 따라오는 발자국
숲속의 요술쟁이 할멈을 만나도
무섭지 않아
나는 다시 걸어갑니다.
이렇게 자꾸만 가면
이 세상을 하얗게 만든 분을
꼭
만날 것만 같습니다.
눈 위에 남긴 발자국
- 용혜원
밤새 하얀 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얗다
눈 덮인 새벽길에
첫 발자국을 남기려니
마음이 상쾌하고 즐겁다
온통 하얀 세상을 보니
내 마음에까지 눈이 내린 듯 하다
눈을 밟으며 걷노라니
노래가 절로 나온다
행복은 늘 주변에 있다
하얀 눈이 내리는 날이면
하늘에서 복을 내려 주는 것만 같다
오늘은 하얀 눈 위에
첫 발자국을 만들며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련다
함박눈과 기차
- 조은길
누군신가
다 식어빠진 허공을
소리 소문도 없이 체쳐서
백설기를 안치고 있다
산기슭 시롯번 같은 마을
떡을 쪄내는데 이골이 난
무덤덤한 표정의 아낙들이
아궁이 가득 장작을 지피고 있다
소복소복 부풀어 오르는
떡판을 노리고 있는
눈매가 차돌 같은 도둑고양이
푹푹 백설기를 자르며
달리는 기차
눈
- 김종해
눈은 가볍다
서로가 서로를 업고 있기 때문에
내리는 눈은 포근하다
서로의 잔등에 볼을 부비는
눈 내리는 날은 즐겁다
눈이 내릴 동안
나도 누군가를 업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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