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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눈에 대한 시] 이해인 ‘첫눈 편지’ 외

by 늘해나 2022.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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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과 함박눈

 

 

첫눈 편지

 

- 이해인

 

 

1.

차갑고도 따스하게

송이송이 시가 되어 내리는 눈

눈나라의 흰 평화는 눈이 부셔라

 

털어내면 그뿐

다신 달라붙지 않는

깨끗한 자유로움

 

가볍게 쌓여서

조용히 이루어 내는

무게와 깊이

 

하얀 고집을 꺾고

끝내는 녹아 버릴 줄도 아는

온유함이여

 

나도 그런 사랑을 해야겠네

그대가 하얀 눈사람으로

나를 기다리는 눈나라에서

하얗게 피어날 줄밖에 모르는

눈꽃처럼 그렇게 단순하고

순결한 사랑을 해야겠네

 

2.

평생을 오들오들

떨기만 해서 가여웠던

해묵은 그리움도

포근히 눈밭에 눕혀놓고

하늘을 보고 싶네

 

어느 날 내가

지상의 모든 것과 작별하는 날도

눈이 내리면 좋으리

하얀 눈 속에 길게 누워

 

오래도록 사랑했던

신과 이웃을 위해

이기심의 짠맛은 다 빠진

맑고 투명한 물이 되어 흐를까

 

녹지 않은 꿈들일랑 얼음으로 남기고

누워서도 잠 못드는

하얀 침묵으로 깨어 있을까

3.

첫눈 위에

첫 그리움으로

내가 써보는 네 이름

 

맑고 순한 눈빛의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서 기침하며

나를 내려다본다

 

자꾸 쌓이는 눈 속에

네 이름은 고이 묻히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무수히 피어나는 눈꽃 속에

 

나 혼자 감당 못할

사랑의 말들은

내 가슴속으로 녹아 흐르고

나는 그대로

하얀 눈물이 되려는데

 

누구에게도 말 못할

한 방울의 피와 같은 아픔도

눈밭에 다 쏟아놓고 가라

 

부리 고운 저 분홍 가슴의 새는

자꾸 나를 재촉하고...

 

 

 

 

눈 내리는 풍경

 

 

첫눈 엽서

 

- 이해인

 

골고루 가볍게 조심조심

내리는 눈

 

고요하고 순결한 첫눈의 기침소리에

온 세상이 놀라네

 

첫 마음 첫 설렘 잃지 말고 살라고

오늘은 사랑처럼 첫눈이 내리네

 

욕심을 버린 가벼움으로

행복해지라고 자유로워지라고

 

욕심을 버린 가벼움으로

행복해지자고 자유로와지라고

 

오늘은 기도처럼

첫눈이 내리네

 

새롭게 태어나는 기쁨으로

하얀 눈사람 하나

 

마음 안에 빚어놓은

나의 새해 나의 새날

 

영원으로 이어질

첫 그리움이여

 

 

 

 

눈 내리는 풍경

 

 

첫눈

 

- 나태주

 

나 아직 철이 없어

첫눈 내리는 날

첫눈 왔다는 핑계로

친구 불러내 소주 한잔 하고

날 어두워서야 집에 들어왔다

 

옷을 받으며 아내가 조용히

나무라듯 말한다

나, 당신 걱정하는 거 당신도 알지요?

 

늙은 아내의 말이 첫눈이다

그녀의 마음이 첫눈이다.

 

 

 

 

 

첫눈

 

- 이정하​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사진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 하다가

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하니 비어 오는

내 마음에 함박눈이 쌓이듯

네가 쌓이고 있었다.

 

 

눈 내리는 밤과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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