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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인생시] 김재진 ‘삶이 나를 불렀다’

by 늘해나 2022.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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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나를 불렀다

 

-김재진

 

 

한때는 열심히 사는 것만이

삶인 줄 알았다

 

남보다 목소리 높이진 않았지만 결코

턱없이 손해 보며 살려 하지 않던

그런 것이 삶인 줄 알았다.

 

북한산이 막 신록으로 갈아입던 어느 날

지금까지의 삶이 문득

목소리 바꿔 나를 불렀다.

 

나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

어디를 그렇게 바삐 가고 있는 건가?

 

반짝이는 풀잎과 구르는 개울

하찮게 여겨 왔던

한 마리 무당벌레가 알고 있는

미세한 자연의 이치도 알지 못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알고 있는 듯 착각하며

그렇게 부대끼는 것이 삶인 줄만 알았다.

 

북한산의 신록이 단풍으로 바뀌기까지

노적봉의 그 벗겨진 이마가 마침내

적설에 덮이기까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는 그렇게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살아왔다

 

 

* 김재진 시집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에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책표지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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