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시, 여행에 관한 시 모음
여행
- 김인숙
여행을 떠나는 날
하늘은 눈부신 햇살
가방에 담아주시며
오랜만에 환하게 따스하게
마음껏 웃고 오라고 합니다
어제의 젖은 슬픔은
바싹 말리고
오늘은 마냥
행복하게 지내라고 말해줍니다
저 하늘의 뭉게구름 사이로
세월이 흐르고
나도 따라 갑니다
어디를 가든 꼭 함께이고 싶은
사람이 그리운 날
나는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길에서
- 이해인
우리의 삶은
늘 찾으면서 떠나고
찾으면서 끝나지
진부해서 지루했던
사랑의 표현도
새로이 해보고
달밤에 배꽃 지듯
흩날리며 사라졌던
나의 시간들도
새로이 사랑하며
걸어가는 여행길
어디엘 가면
행복을 만날까
이 세상 어디에도
집은 없는데……
집을 찾는 동안의 행복을
우리는 늘 놓치면서 사는 게 아닐까
나에게로 가는 여행
- 이승희
가끔은
시외버스에 몸을 싣는다.
도착지도 없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차창 밖으로 멀어져 가는
넓은 들판을 바라보면 가슴이 환해지고
상쾌한 마음 설레어진다
복잡한 삶들 속에서
이리저리 부딪치면
나를 느낄 수 있다.
평소에 찾을 수 없었던
또 다른 나의 모습까지도
가끔은 도착지도 없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저 나의 모습을 만나기 위해
나에게로 가는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혼자 떠나라
-박노해
여행을 떠날 땐 혼자 떠나라
사람들 속에서 문득 내가 사라질 때
난무하는 말들 속에서 말을 잃어 갈 때
달려가도 멈춰서도 앞이 안 보일 때
그대 혼자서 여행을 떠나라
존재감이 사라질까 두려운가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충분한 존재감이다
여행을 떠날 땐 혼자 떠나라
함께 가도 혼자 떠나라
그러나 돌아올 땐 둘이 손잡고 오라
낯선 길에서 기다려온 또 다른 나를 만나
돌아올 땐 둘이서 손잡고 오라
모든 요일의 여행
- 김민철
예전 책에
'여기서 행복할 것'
이라는 말을 써두었더니
누군가 나에게 알려주었다.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챙김의 글 > 시 한편의 여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회 시]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외 (0) | 2022.08.11 |
---|---|
[그리움 시]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0) | 2022.08.09 |
[8월의 시 모음] 나태주 '8월' 외 (0) | 2022.07.30 |
[짧고 재미있는 동시] 정채봉 ‘콩씨네 자녀 교육’ 외 (0) | 2022.07.29 |
[우정 시] 도종환 ‘벗 하나 있었으면’ 외 (0) | 2022.07.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