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우정에 관한 시 모음
벗 하나 있었으면
-도종환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을 때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 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친구라는 이름의 너
-이혜진
하늘만큼
바다만큼
그리움이 밀려올 때
별이 쏟아지는
밤거리를 걸어도 외롭지 않은,
젖은 우산을 활짝 펴
나를 포용해 주는
둥근 마음의 너
망초꽃처럼 흐드러지게 핀
별들 중에 그 중에 하나인 별처럼
친구라는 이름으로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인생이 허무하다고 느껴 질 때
왜 사느냐고 묻고 싶을 때 위로하는,
두터운 마음으로 함께하는 친구
친구여! 그립다
추억 속의 친구
-용혜원
추억 속에
얼굴로만
남아 있던
친구가
낙엽 지던 날
전화를 했다
"늘 보고 싶었다"고
"늘 보고 싶었다"고
추억 속에
얼굴로만
남아 있던
친구가
눈이 오던 날
전화를 했다
"늘 기억하고 있었다"고
"늘 기억하고 있었다"고
우정
- 정연복
철 따라 꽃은 피고 지더라도
쉬이 변치 않고
뜨거운 사랑의 맹세보다도
더 깊고 오래가는 것
이 세상 끝날까지
해도 하나 달도 하나이듯
세월의 강 너머
유유히 흐르는 바다.
언젠가 우리 맘속에
터잡은 그날부터
변덕스러운 세파에도
처음의 빛 바래지 않고
고통과 시련 앞에서
더욱 참되고 견고해지는
날로 소중히 여겨지는
생명의 기둥 같은 것.
너와 나의
아름다운 우정.
이런 친구 하나 있다면
- 하성희
거울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그림자 같은
친구 하나만 더 있었으면
끝을 볼 수 없는 우물같이
맘 깊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넓이를 가늠할 수 없는
바다와 같은 친구 있었으면
농익은 친구 하나만 더 있으면
참 좋겠다.
나쁜 마음을 먹었을 때
넌지시 능청 떨며
바로잡아 주는 친구
숨긴 마음 금방 알아채고
´너 이랬구나´ 하고
웃어주는 친구
가끔은 ´너 참 좋은 친구´라고
추켜세워 주며
위로해주는 친구
삶이 힘들어 쓰러질 때
어깨 살며시 빌려주며
다독거려 주는 친구
외롭다고 전화 한 통만 하면
쪼르르 어느새 내 곁으로 달려와
´친구, 본래 사람은 외로운 거야´ 라고
너스레 수다 떨며
마음을 정리해 줄 그런 친구
친구가 별건가?
부담스럽지 않은 가지런한 마음으로
서로를 향해 웃음 지을 수 있다면
그건 무조건 꼭 필요한 친구인 것을…
이런 친구 하나만 가졌다면
삶의 중간 점검 필요 없이
지금껏 잘 살고 있는 증거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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