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의 ‘삶’에 대한 시 모음
인생
- 나태주
화창한 날씨만 믿고 가벼운
옷차림과 신발로 길을 나섰지요.
향기로운 바람 지저귀는 새소리 따라
오솔길을 걸었지요
멀리 갔다가 돌아오는 길
막판에 그만 소낙비를 만났지 뭡니까
하지만 나는 소낙비를 나무라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요
날씨 탓을 하며 날씨한테 속았노라
말하고 싶지도 않아요
좋았노라 그마저도 아름다운 하루였노라
말하고 싶어요
소낙비 함께 옷과 신발에 묻어온
숲속의 바람과 새소리
그것도 소중한 나의 하루
나의 인생이었으니까요
삶
- 나태주
해가 떴구나 출근해야지
해가 지는구나 어, 퇴근해야지
집에 돌아와 티브이 보다가
졸립구나 그래 자야지
이렇게 살아도 우리네 하루하루는
거룩하고도 아름답고 가득하고
성스러운 것입니다.
오타
- 나태주
컴퓨터 자판에 삶이라고 쳤는데
모니터엔 사람으로 나온다.
번번이 독수리 타법, 오타다
아, 삶이란 결국 사람이고
사람이 곧 삶인 거구나
독수리 타법에 감사하며
오타에 고개 숙인다.
한밤의 기도
-나태주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가 잠에서 깨어나는 창밖에
밝고 환한 아침 햇빛을 마련해주소서
잠자리에서 일어나 창을 열고
바깥세상을 내다보는 그에게
어제까지 보이지 않던 꽃이 보였다든지
어제까지 들리지 않던 새소리가 들렸다든지
그런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사랑하는 사람
보일 듯 말 듯 입가에 미소를 허락하시고
그의 눈 속에 더욱 밝고 맑은 예지를 마련하소서
그의 첫 음성이 당신을 찬미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게 하여 주소서
새로 맞이하는 한 날도
당신의 축복 아래 평안하게 하시고
끝없이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 또한
잊지 않게 하여 주소서.
- 나태주 시집 <너만 모르는 그리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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