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하늘엔 보름달 떠도
가슴엔 쪽박 뜨는
사람 왜 없겠습니까
밤송이 툭툭 터지고 가을에 쫓긴 감
처녀 가슴처럼 부풀어 올라도
푹푹 꺼져가는 사람 왜 없겠습니다
그래도 송편 빚듯
꼭꼭 눌러 여민 곱게 빚은 마음으로
보름달 맞아야지요
한가위 잘 지내야지요.
- 유한나 시인
달빛 기도 - 한가위에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 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 이해인·수녀
추석
가을이 깊어 갈 무렵
해마다 추석은 돌아온다
가을이 깊어가듯
우리의 삶도 깊어가라고
마음 나날이 깊어지고
사랑 또한 묵묵히 깊어지라고
해마다 추석은
가만가만 속삭인다.
한번 왔다가는
하나같이 가엾은 것들
세상의 모든 생명
넉넉히 품어 안으라고
아낌없이 사랑하고
뭐든 용납하고 용서하라고
추석날 둥근 보름달은
조용조용 이야기한다.
- 정연복 시인
한가위 보름달
모난 데가 없이
쟁반같이 동그란 것이
밤하늘에 두둥실 떠서
온 누리를 환히 밝힌다.
천사같이 순한 마음
살며시 내비치는
커다란 얼굴 가득
함박웃음 짓고서
온 세상 사람들에게
다정히 속삭인다.
온유한 빛이
어둠을 이길 수 있다고
다들 동글동글 살아야
사랑과 평화의 세상이 온다고.
- 정연복 시인
추석 한가위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새로운 희망을
새로운 사랑을
두 손 모아
비는 가슴마다
축복으로 응답하여 주시고
일년 동안 수고하는
농부님 흘린 땀은
황금물결 출렁이는
드넓은 벌판에
황금알곡 추수하여
감사가 넘쳐나게 하시고
고운 단풍 손짓하는
아름다운 가을에
시린 가슴 부여안고
따뜻한 정 그리는
차가운 음지에
사랑 꽃 만개하게 하셔서
하늘에 감사하고
땅에서는 나눔으로
무지개 다리 넘나드는
기쁨으로 충만하는
한가위 추석 명절 되게 하소서
- 전혜령 시인
한가위만 같아라
먹음직도 하여라
햇곡식 조물조물
송편이라 이름 놓고
가득히 채우니
앉은 자리 찰떡이라
담방담방 솔잎 갈고
임 맞을 채비하니
애모의 정 익어
속 보이는 욕심
해죽이 벌어진다
담장 너머 달그림자
그리움도 한몫이라
옹골지게 차오르니
보암직도 하여라
- 오승희
'마음챙김의 글 > 시 한편의 여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해인 수녀 ‘감사의 행복’ (0) | 2021.09.26 |
---|---|
가을 ‘단풍시’ 모음 (0) | 2021.09.20 |
[힘을 주는 시] 나를 칭찬하고 싶은 날 (0) | 2021.09.06 |
정연복 시인 가을시 모음 '초가을' 외 (0) | 2021.09.01 |
가을 관련 시 모음 '가을 햇살' 외 4편 (0) | 2021.09.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