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레시피/우리문학

이범선 단편소설 <고장난 문>

by 늘해나 2020. 10. 24.
728x90
반응형

이범선 단편소설  <고장난 문>

 

긍정적 생각, 현실 바꾸는 강력한 힘이에요.

 

문이 고장 나 하루 동안 갇힌 화가… 스스로 나가지 않을 땐 문제없었지만 못 나가게 되자 불안 속에 죽어가요.

절망적인 상황에서 포기하기보다는 긍정적인 마음•의지로 노력해야 해요

 

&lt;고장 난 문&gt; 삽화

 

여러분은 '플라세보(placebo) 효과'라는 말을 들어봤나요? 의학적으로 효과가 없는 가짜 약을 진짜 약이라고 속여서 환자에게 복용하게 했을 때,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것을 '플라세보 효과'라고 해요.

 

인간이 가진 '긍정의 힘'이 작용하여 이런 효과가 나오는 것이지요. 플라세보 효과의 반대말은 '노세보(nocebo)'라고 하는데,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먹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거나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생각이나 신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말이지요.

 

이범선의 <고장 난 문>은 하루 동안 고장 난 문에 갇혀 화실에서 죽음을 맞은 화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해요. 화가의 사인(死因)은 분명히 질식사인데, 죽은 화가가 갇힌 곳은 사방의 창문이 활짝 열려 있어서 공기가 부족할 리가 없었거든요.

 

화실의 문이 고장 난 상태였기 때문에 누가 침입하여 화가를 죽였을 가능성도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화가는 어떻게 질식사를 당한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화가의 부정적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바보 같은 녀석, 사람을 죄수처럼 철창 안에 가두어 놓고 태평으로 딴짓만 하고 있어! (중략) 이 녀석 봐라! 그거야 내가 나가고 싶지 않아서 안 나간 거고 지금은 내가 안 나가는 게 아니라 못 나가는 거 아냐. (중략) 쇠창살은 또 뭣 때문에 이렇게 창문마다 다 쳤어. 빌어먹을! 이거야 답답해서 견디겠나, 어디!"

 

사실 이전에도 화가는 며칠씩 밖에 나가지 않은 채 화실에만 틀어박혀 그림을 그리곤 했어요. 그런데 고장 난 문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자 생각이 달라진 것입니다.

 

예전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자신이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까지 화실에 혼자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었습니다. '안 나가는 것'과 '못 나가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지요.

 

전자가 개인의 자유의지라면, 후자는 구속과 억압을 상징해요. 예전에 스스로 화실에서 나가지 않을 때는 생활에 큰 문제가 없었고 화실 안에서의 삶도 만족스러웠지만, 의지와 관계없이 못 나가게 되자 자신의 자유가 억압당했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화가의 자유를 억압한 사람은 바로 그 자신입니다. 고장 난 문 때문에 세상과 단절되고 말았다는 과장된 생각으로 자신을 옭아맨 것이에요. 자유를 박탈당했다는 공포감, 세상과 격리되었다는 불안감으로 두려워하다가 절망에 빠져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말았지요.

 

작가 이범선은 1920년 평안남도 신안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광복 후 월남하여 1952년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교편을 잡으면서 작품을 썼어요.

 

<학마을 사람들>, <암표>와 같은 초기 작품에서는 어두운 사회의 단면과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을 다뤘지요. 이후 <오발탄>, <춤추는 선인장> 같은 작품에서는 사회 비판적인 성향을 드러냈고요.

 

단편소설 <고장 난 문>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화실에 갇힌 화가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변해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절망과 공포가 가져다주는 치명적 위험을 보여주었지요.

 

여러분이 어느 날 갑자기 엘리베이터에 갇힌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혹시 공기가 부족해서 질식하는 것은 아닐까?'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 사로잡힐지도 몰라요.

 

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질식사'나 '추락사'가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해요. 하지만 여러분이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생각'에 갇혀 버리면 여러분도 화가와 같은 위험에 처할 수 있어요.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아니라 그런 환경에 둘러싸여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과 두려움이거든요.

 

 

더 생각해 보기

 

혹시 '닉 부이치치'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봤나요?

그는 '테크라 아멜리아 증후군'에 걸려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었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삽니다. 사지(四肢)가 없는데도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서핑을 하고, 드럼도 연주해요. 이 모든 것을 수준급으로 한다는 것은 정상인도 힘든 일이지요.

 

그는 어떻게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었을까요? 누가 보아도 그의 처지는 절망적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학교나 사회에서 왕따와 놀림을 당하며 자살까지 생각한 적도 있다고 해요.

 

그가 처한 현실은 '고장 난 문'처럼 절망적이고 아무 희망도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는 긍정적인 마음과 의지로 이를 극복하였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처한 현실이나 환경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지요.

 

유명한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절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단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이라도 이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돈이 없어서' '집안 형편이 안 좋아서' '성적이 나빠서' 등 찾기만 하면 우리 주위에는 절망에 빠질 이유가 얼마든지 있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기에 이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 열쇠는 플라세보 효과를 일으키는 묘약인 '긍정의 힘'이에요. 어떤 어려움과 절망도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와 믿음 말입니다. 자신의 처지를 탓하기에 앞서 '닉 부이치치'처럼 긍정적인 마음으로 현실을 바라보며 노력해 나가야 합니다.

 

- 자료출처 : 조선일보 [책으로 보는 세상]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