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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레시피/우리문학

하근찬 소설 <흰종이수염>

by 늘해나 2020.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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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근찬 소설 <흰종이수염>

 

전쟁 후에도 끝나지 않는 가정의 아픔

 

&lt;흰종이수염&gt; 삽화

 

전쟁에서 한쪽 팔 잃은 아버지… 더 이상 목수일 할 수 없어 큰 좌절 
그런 아버지 모습 받아들이기에는 어린 동길이에게 큰 상처였어요.

 

뉴스를 통해 이산가족이 만나 서로를 꼭 끌어안고 우는 모습을 보았을 거예요. 이산가족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만 있는 가슴 아픈 일이지요. 우리는 이산가족의 애환을 통해 여전히 남아 있는 전쟁의 고통과 비극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전쟁'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아마 총이나 군인, 탱크 같은 것을 떠올리거나 로봇을 생각하는 친구도 있을지 몰라요. 만화나 영화를 통해서만 전쟁을 접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여러분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이런 전쟁의 참상을 직접 경험하셨어요. 너무나 큰 비극을 낳는 전쟁이 이 땅에서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시지요.

 

하근찬 작가의 '흰종이수염'625전쟁을 배경으로 합니다. 전쟁이 한 가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지요.

 

이 소설에는 전쟁으로 상처받은 두 주인공, 동길이와 그의 아버지가 등장합니다. 동길이는 전쟁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애타게 기다려요.

 

동길이는 학교에 내야 하는 사친회비를 내지 못해 책보를 빼앗기고 학교에서 쫓겨납니다. 그래도 동길이는 희망을 잃지 않아요. 언젠가는 전쟁터에서 돌아오실 아버지가 있기 때문이에요.

 

동길이는 웬일인지 기차만 보면 좋았다.
'울 아버지도 저런 차를 타고 척 돌아올 끼라. 울 아부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
사라져가는 기차 꽁무니를 바라보며 동길이는 잠시 노무자로 나간 아버지 생각에 가슴이 뻐근했다.
- 본문 중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아버지가 집에 돌아와요. 그런데 동길이는 아버지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아버지의 한쪽 팔이 없어졌기 때문이에요. 동길이는 이런 아버지 모습에 겁이 나서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섭니다.

 

그동안 받았던 서러움이 아버지만 돌아오면 사라질 줄 알았는데, 동길이는 이런 아버지 모습이 부끄럽기만 해요. 친구들은 아버지 모습을 보고 '외팔뚝이'라고 놀리기까지 합니다. 동길이는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과 슬픔을 떠안게 되지요.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의 아픔과 고통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목수였던 아버지가 이제 더는 일할 수 없기에 좌절은 더욱 크겠지요.

 

하지만 아픔을 느끼는 건 동길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이자 '희망'이었던 존재가 이제는 가족의 '콤플렉스'가 되었기 때문이지요.

 

'흰종이수염'은 동길이네 가족을 통해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해줍니다. 전쟁에서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 그리고 이런 아버지가 부끄러운 동길이. 이렇게 전쟁은 한 가족과 개인의 삶을 왜곡하고, 끝내 비극으로 치닫게 합니다.

 

실제로 하근찬 작가는 625전쟁 당시 돌아가신 아버지의 시신을 찾아 전국을 헤맸다고 해요. 그 기억을 바탕으로 쓴 작품 곳곳에는 전쟁의 아픔과 상처가 스며 있지요. 농촌을 주요 배경으로 하는 그의 작품은 역사의 아픔을 극복하려는 삶의 모습을 잘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아요.

 

'흰종이수염'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남아 있는 전쟁의 비극을 보여줍니다. 한쪽 팔밖에 쓸 수 없는 아버지는 어떻게든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영화 홍보에 나섭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홍보하는 영화 제목이 '쌍권총을 든 사나이'입니다. 한쪽 팔이 없는 아버지가 쌍권총을 든 사나이를 홍보하다니, 정말 역설적이지요.

 

이런 아버지를 놀리는 창식이를 보면서 동길이는 창피함과 슬픔, 분노가 치밉니다. 화가 난 동길이는 창식이를 깔아뭉개고, 아버지는 이런 동길이를 말립니다.

 

우리는 이 장면을 보며 전쟁이 동길이의 가족에게 남긴 고통과 상처가 얼마나 큰지 헤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예요. 그리고 언제 다시 전쟁이 발발할지 알 수 없는 휴전 국가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도 알게 모르게 전쟁의 공포와 위험에 휩싸여 있어요. 이 역시 전쟁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또 다른 비극이지요.

 

전쟁이 왜 일어나면 안 되는 걸까요? 바로 나와 우리 이웃, 그리고 우리 후손까지 그 아픔과 고통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 자료출처 : 조선일보 [책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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