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국민작가, 린드그렌의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탄생 배경
7살 아픈 딸에게 들려줬던 이야기가 동화책으로
스웨덴 20크로나(약 2700원·사진) 앞면을 보면 1970~80년대 TV에서 인기리에 방영했던 '말괄량이 삐삐(원제 :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주인공 삐삐와 원작자인 스웨덴 동화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스웨덴의 '국민작가'인 린드그렌은 1907년 스웨덴 남부 스몰란드 지방의 빔메르뷔에서 태어났다. 글 솜씨가 뛰어났던 린드그렌의 첫 단편은 그의 나이 13세에 신문에 실렸으며, 이후 지역 신문사에서 타자와 속기를 배워 비서로 일하면서 결혼을 하고 평범한 삶을 살았다.
어느 날, 일곱 살 먹은 딸 카린이 폐렴에 걸려 투병하다가 침대에서 엄마에게 "삐삐 롱스타킹 이야기 해주세요"라고 했다. 그런데 린드그렌은 딸에게 '삐삐가 누구냐'고 묻지 않고 그 자리에서 곧바로 삐삐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었다.
1944년 눈길에 미끄러져 발을 다친 린드그렌은 온종일 침대에 누워 지내면서 그동안 딸에게 들려주었던 삐삐 이야기를 글로 썼다. 그리고 1945년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을 출간했다. 삐삐 롱스타킹 이야기는 출판사에서 여러 번 거절당했지만 동화 공모전에서 1등상을 받으면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짝짝이 알록달록 긴 스타킹에 자기 발 길이의 두 배나 되는 구두를 신고 다니며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삐삐는 빨간 머리카락에 주근깨가 있는 9세 소녀이다. 힘은 초인간적으로 강해서 한 손으로 말을 번쩍 들어 올릴 수 있다. 조그만 체구의 말라깽이 여자아이지만 항상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모험을 즐기며 경찰관, 선생님 등 주변 어른들을 꼼짝 못하게 한다.
자신의 동심을 담아 이야기로 풀어내다
린드그렌은 "이 작품에 내 모든 어린 시절이 담겨 있다"라고 말했을 만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삐삐가 친구들과 함께하는 기상천외한 놀이는 실제 린드그렌이 어릴 때 즐기던 놀이였다고 한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깨어난 린드그렌은 이후 ‘삐삐’ 시리즈는 물론 독특한 말괄량이 캐릭터가 나오는 작품을 연이어 발표했고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1958년 고아 소년 라스무스 이야기를 담은 <라스무스와 방랑자>를 통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했고, <소년탐정 칼레> 시리즈와 시골 아이들의 일상을 담은 <떠들썩한 아이들> 시리즈 등을 발표하여 스웨덴 국가 대상을 수상했다. 그밖에 <에밀은 사고뭉치> <산적의 딸 로냐> <사자왕 형제의 모험> 등 많은 작품을 발표한 린드그렌은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동화작가로서의 삶을 살다 2002년 타계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그녀는 늦은 나이에 본격 입문했지만 100권이 넘는 작품을 썼고 100개국이 넘는 나라에 80여 가지 언어로 소개되는 등 여러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린드그렌이 세상을 떠나자 스웨덴 정부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제정하고, 유네스코도 2005년 린드그렌의 필사본을 비롯한 관련 기록물을 모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했다.
20크로나 화폐 뒷면에는 린드그렌이 태어나고 자란 스몰란드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여기 나오는 예쁜 꽃은 스몰란드의 상징 꽃 린네풀(리네아 보리알리스)이라고 한다.
참고로 스웨덴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여전히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이다. 2003년 국민 투표를 했더니 '유로화 반대'가 56%를 넘어서 유로화를 쓰지 않고 기존 스웨덴 화폐인 크로나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 조선일보 <화폐로 세상 읽기> 발췌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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