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 파괴 잔혹한 백설공주, 교훈은 뭘까?
1937년 월트 디즈니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캐세이 서클 극장에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선보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년 전에 플레이셔 스튜디오에서 베티 붑을 주인공으로 한 백설공주를 선보였던 데다가, 80분을 넘는 장편만화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지요.
디즈니의 부인도 “누가 돈 내고 난쟁이 영화를 보러 오겠어요?”하고 걱정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디즈니는 도전했고 성공했습니다. 이듬해 전국에서 개봉돼 당시 유성영화로서는 최고인 8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고, 애니메이션 영화의 이정표가 됐습니다.
《백설공주》는 아시다시피 19세기 독일의 민담을 그림 형제가 정리한 것이지요.
1812년 발간된 초판에서는 백설공주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시기심 많은 친어머니이지요. 사냥꾼이 아니라 왕비가 직접 백설공주를 죽이려고 숲으로 데리고 가는데, 시종이 공주가 도망치도록 돕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런 동화를 들려줄 수 있느냐는 독자의 비판이 쏟아지자, 의붓어머니가 등장하고 몇몇 장면이 바뀝니다.
동화는 영화보다 훨씬 잔인합니다.
왕비는 사냥꾼에게 백설공주를 죽이고, 심장과 간을 갖고 오라고 하지요. 사냥꾼이 차마 못 죽이고 어린 짐승의 간과 심장을 갖고 왔는데, 왕비는 그것이 백설공주의 것으로 믿고 신나게 요리해서 먹지요.
왕비는 난쟁이 오두막의 백설 공주를 세 번이나 찾아갑니다. 한 번은 비단 레이스의 웃옷을 입히고 레이스로 가슴을 조여서 죽이려고 했고, 두 번째는 독이 묻은 빗으로 죽이려고 했는데, 둘 다 결정적 순간에 난쟁이들이 오두막에 오는 바람에 실패하지요.
백설공주와 왕자의 결혼식에 구경 온 왕비는 붙잡혀서 처벌을 받게 되는데, 발갛게 달구어진 쇠구두를 신고 죽을 때까지 춤추었고, 이를 왕자와 공주가 즐겁게 구경합니다.
영화에서는 좀 더 부드럽게 바뀝니다.
소설에서는 공주가 7세 때 숲으로 가지만, 14세로 상향됐습니다. 사냥꾼은 짐승의 심장만 가져다주는 것으로 바뀌었고요. 소설에서는 백설공주가 처음 난쟁이들의 오두막에 들어가서 음식과 와인을 먹고 난장판을 만들고 잠들지만, 영화에서는 깔끔이 청소하고 자지요. 왕비는 한 번만 공주를 죽이려고 시도했고, 나중에 난쟁이들에게 쫓기다가 절벽에서 벼락을 맞고 떨어져 ‘독수리의 밥’이 됩니다.
《백설공주》의 모티브가 되는 이야기는 참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16세기 독일의 필립 4세 백작의 딸인 마르가레타 폰 발데크의 사연입니다. 발데크는 의붓어머니에 의해 브뤼셀로 쫓겨났다가 스페인의 필립 2세와 사랑에 빠졌는데, 의문의 독살을 당합니다.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헤르메스와 아폴론에게 연거푸 겁탈당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키오네가 모티브라는 주장도 있지요.
그런데 《백설공주》는 무엇 때문에 사랑받는 걸까요?
예쁘다는 것 외에는 아무 잘 한 것이 없는데…. 동화에서는 난쟁이들이 경고했는데도 세 번이나 어리석게 행동해서 죽을 뻔했지요. 현실에서 그런 사람은 주변 사람에게도 화를 부르는데….
옛 사람들은 권선(勸善)보다 징악(懲惡)에 더 가치를 둔 것일까요? 사실,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사는 것도 참 어려운데, 그것이 교훈일까요? 아니면 동화라고 해서 교훈부터 찾는 것이 어리석은 걸까요?
- 코메디닷컴 [이성주의 건강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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