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전체 글893 현진건 <운수 좋은 날> 전문 운수 좋은 날-현진건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문안에(거기도 문밖은 아니지만) 들어간답시는 앞집 마마님을 전찻길까지 모셔다 드린 것을 비롯으로 행여나 손님이 있을까 하고 정류장에서 어정어정하며 내리는 사람 하나하나에게 거의 비는 듯한 눈결을 보내고 있다가 마침내 교원인 듯한 양복쟁이를 동광학교까지 태워다 주기로 되었다. 첫 번에 30전, 둘째 번에 50전―---아침 댓바람에 그리 흉치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흘 동안 돈 구경도 못한 김첨지는 10전짜리 백동화 서 푼, 또는 다섯 푼이 찰깍 하고 손바닥에 떨어질 .. 2024. 8. 21. 현진건 <빈처> 전문 빈처 - 현진건 [1]“그것이 어째 없을까?”아내가 장문을 열고 무엇을 찾더니 입안말로 중얼거린다.“무엇이 없어?”나는 우두커니 책상머리에 앉아서 책장만 뒤적뒤적하다가 물어 보았다.“모본단 저고리가 하나 남았는데…….”“……”나는 그만 묵묵하였다. 아내가 그것을 찾아 무엇 하려는 것을 앎이라. 오늘 밤에 옆집 할멈을 시켜 잡히려 하는 것이다. 이 2년 동안에 돈 한 푼 나는 데는 없고 그대로 주리면 시장할 줄 알아 기구(器具)와 의복을 전당국 창고(물건을 잡고 돈을 빌려주어 이익을 취하는 곳)에 들이밀거나 고물상 한구석에 세워 두고 돈을 얻어 오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아내가 하나 남은 모본단 저고리를 찾는 것도 아침거리를 장만하려 함이라. 나는 입맛을 쩍쩍 다시고 폈던 책을 덮으며 후― 한숨을 내쉬었.. 2024. 8. 20. 김유정 <동백꽃> 전문 동백꽃 - 김유정 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막 쫓기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산으로 올라서려니까 등뒤에서 푸르득푸드득, 하고 닭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 점순네 수탉(은 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수탉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 하고 면두를 쪼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또 푸드득 하고 모가지를 쪼았다. 이렇게 멋을 부려 가며 여지없이 닦아 놓는다. 그러면 이 못생긴 것은 쪼일 적마다 주둥이로 땅을 받으며 그 비명이 킥, 킥 할 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않은 면두를 또 쪼이어 붉은 선혈은 뚝뚝 떨어진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 2024. 8. 19. 김유정 <봄봄> 전문 봄봄- 김유정 “장인님! 인젠 저…….”내가 이렇게 뒤통수를 긁고, 나이가 찼으니 성례를 시켜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 대답이 늘,“이 자식아! 성례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하고 만다.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장차 내 아내가 될 점순이의 키 말이다. 내가 여기에 와서 돈 한푼 안 받고 일하기를 3년 하고 꼬박이 일곱 달 동안을 했다. 그런데도 미처 못 자랐다니까 이 키는 언제야 자라는 겐지 짜장 영문 모른다. 일을 좀더 잘해야 한다든지 혹은 밥을 (많이 먹는다고 노상 걱정이니까) 좀 덜 먹어야 한다든지 하면 나도 얼마든지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점순이가 아직 어리니까 더 자라야 한다는 여기에는 어째 볼 수 없이 그만 벙벙하고 만다. 이래서 나는 애최 계약이 잘못된 걸 알았다. 이태면 이태,.. 2024. 8. 18. 하근찬 <흰 종이수염> 전문 흰 종이수염 - 하근찬 아버지가 돌아오던 날 동길이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지 못하고 쫓겨났다. 다른 다섯 명의 아이와 함께였다. 아이들은 모두 풀이 죽어 있었다. 어떤 아이는 시퍼런 코가 입으로 흘러드는 것도 아랑곳없이 눈만 대고 깜작거렸고, 입술이 파랗게 질린 아이도 있었다. 여생도 둘은 찔끔찔끔 눈물을 짜내고 있었다. 축처진 조그마한 어깨들이 볼수록 측은했다. 그러나 동길이만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는 두 주먹을 발끈 쥐고 있었다. 양쪽 볼에는 발칵 불만을 빼물고 있었고, 수박씨만한 두 눈은 차갑게 반짝거렸다. '울엄마 일하는데 어떻게 학교에 오는공. 울아부지 안제 돈 많이 벌어 갖고 돌아오면 다 줄낀데 자꾸 지랄같이…….' 동길이는 담임선생의 처사가 도무지 못마땅하여 속으로 또 한번 눈을 흘겼다. 쫓.. 2024. 8. 17. 하근찬 <수난이대> 전문 수난이대 - 하근찬 진수가 돌아온다. 진수가 살아서 돌아온다. 아무개는 전사했다는 통지가 왔고, 아무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통 소식이 없는데, 우리 진수는 살아서 오늘 돌아오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어깻바람이 날 일이다. 그래 그런지 몰라도 박만도는 여느때 같으면 아무래도 한두 군데 앉아 쉬어야 넘어설 수 있는 용머리재를 단숨에 올라 채고 만 것이다. 가슴이 펄럭거리고 허벅지가 뻐근했다. 그러나 그는 고갯마루에서도 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들 건너 멀리 바라보이는 정거장에서 연기가 물씬물씬 피어오르며 삐익 기적 소리가 들려 왔기 때문이다. 아들이 타고 내려올 기차는 점심때가 가까워 도착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해가 이제 겨우 산등성이 위로 한 뼘 가량 떠올랐으니, 오정이 되려면 아직 차례 멀.. 2024. 8. 17. 토마스 만 <철도 사고> 줄거리와 해설 줄거리와 해설 작가 _ 토마스 만토마스 만(1875~1955)은 20세기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평론가이다. 주요 작품으로(1912), (1924) ,(1951)이 있으며 1929년 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을 수상했다. ❑ 줄거리 주인공 ‘나’는 사치스러운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이다. ‘나’는 문학후원자로부터 초대를 받아 뮌헨에서 드레스텐으로 가기 위해 야간 열차를 탔다. 그리고 기차 출발을 기다리면서 1등석 침대차 복도 창에 기대서 플랫폼의 광장을 바라보았다. 자기 업무에 충실하고 매우 근엄하게 행동하는 차장이 눈에 들어왔다. 차장은 낡아빠진 숄을 걸친 노파가 자칫 2등 차를 탈 뻔했다고 소리 치는 반면, 불도그를 데리고 온 신사에게는 깍듯하게 대했다. 그 신사는 자신의 지위와 권위만 믿고 무례.. 2024. 8. 15. 정채봉 문학상 수상작 <거미의 인사> 줄거리 요약 줄거리 요약 ▶ 작품 소개제1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어윤정 작가의 는 동화에서 잘 다루지 않는 죽음과 환생이라는 소재를 흥미롭고 무겁지 않게 풀어내었다. 이 동화의 주인공은 뺑소니 사고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은 어린 소년 누리와 할머니를 홀로 남겨두고 숨을 거둔 닥스훈트 군밤이다.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할 새도 없이 저승으로 떠난 이들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삶을 정리하기 위해 하루 동안 짧은 환생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목차• 거미의 인사• 영혼의 무게• 알마 가라시대, 사랑은 계속된다 ▶ 줄거리 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 누리가 하루 동안의 짧은 환생 여행을 통해 남아 있는 가족들과 제대로 작별하는 이야기다. 누리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자.. 2024. 8. 15.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112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