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가
현진건 (1900~1943)
소설가, 중국 후장대학에서 수학. 1920년 단편 <희생화>를 《개벽》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장하였고, 이듬해 발표한 <빈처>로 작가로서의 지위를 굳혔다.
이후 《백조》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타락자>, <운수 좋은 날>, <B사감과 러브레터>, <술 권하는 사회> 등의 역작을 계속 발표해 김동인과 더불어 우리나라 근대 단편소설의 선구자가 됐다.
◼ 등장인물
• 나
작중 화자
• 할머니
죽음을 거부하는 허망한 몸짓으로 가족 간의 갈등 요인이 되는 인물
• 중모(작은어머니)
'효'를 수단으로 자신의 위치를 지나치게 드러내려 하여 다른 가족의 반감을 사는 인물
* 아버지
집안의 어른으로 할머니를 돌보는 중모의 속마음을 알고 있는 인물
◼<할머니의 죽음> 줄거리
3월 그믐날 '나'는 시골 본가로부터 '조모주 병환 위독'이라는 전보를 받고 급히 시골로 내려간다. 곡성이 들릴 듯한 사립문을 들어서니 할머니의 병세는 이미 악화되어 있었다.
여든둘의 할머니는 연로한 나이 탓에 작년 봄부터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멀리 떠나 있는 친척들이 모두 모여 긴장된 며칠을 보내는 가운데 집안 내의 효부로 알려진 중모는 할머니 곁에서 연일 밤을 새워 가며 할머니를 간호하고 빨리 기운을 회복하길 빌며 염불을 외운다.
그러면서 중모는 “다들 뭐란 말이냐. 나는 한 달이나 밤을 새웠다. 며칠들이나 된다고”라며 할머니 병환이 위중하신대 태평하게 잠을 잔다고 젊은 가족들을 야단친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독실한 불교신자인 할머니에게 인정받지 못하며 '나' 또한 "놀라운 효성을 부리는 게 도무지 우리 야단칠 밑천을 장만하는 게로구나."라고 생각할 뿐이다.
겨우 세 칸짜리 집에 모인 자손들은 10분 간격으로 할머니 임종이 가까웠다고 긴장했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모두가 같은 일을 기대한다. 그런 와중에 할머니는 정신이 흐릿해져 ‘나’에게 서방님이라고 부르며 저고리를 벗어달라고 하자 자손들은 킥킥거리며 조소한다.
할머니가 겪는 고통과는 달리 빨리 끝장 나기를 은근히 바라는 자손들은 직장으로 인해 무작정 눌러 있을 수도 없어 한의원을 불러 진맥을 시킨다. 오늘 내일 넘기기 힘들다는 진단과는 달리 하루 하루가 무사히 지나자 이번엔 양의에게 다시 진찰을 시킨다.
그리고 할머니가 몇 주일은 염려 없다는 말에 안심한 자손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모두 떠나고 '나'도 할머니에게 곧 완쾌되실 거라고 위로하며 서울로 올라온다.
그러던 어느 화창한 봄날, '나'가 우이동 벚꽃놀이를 막 나가려는 때에 '오전 3시 조모주 별세'라는 전보를 받게 된다.
◼ 작품 해설
<할머니의 죽음>은 현진건이 신변 소설에서 객관적인 심리 묘사 소설로 변화하는 계기를 이루는 작품이다. 1920년대 어느 시골을 배경으로 화자 ‘나’가 죽음을 앞둔 할머니와 임종을 준비하고 있는 가족들의 태도와 행동을 관찰한 모습을 담고 있다.
여기저기 흩어져 살던 자손들이 할머니 위독 소식을 받고 생가에 모인다. 그러나 '나'는 죽음을 거부하려는 할머니의 허망한 몸짓과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이기적이고 작위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할머니에게 효를 다하는 중모의 행동은 진정으로 할머니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도덕적 우월감을 과시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자손들은 죽음을 앞둔 할머니 앞에서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끼기보다 자신들의 편의를 생각하며 현재의 상황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결국, 한고비를 넘기고 할머니의 죽음이 시일을 끌자 자손들은 모두 흩어지고 할머니는 외롭게 죽는다.
이 소설의 묘미는 구성적 측면에서 돋보인다. 즉, 어느 아름다운 봄날, 깨끗하게 봄옷을 갈아입고 친구들과 우이동 벚꽃놀이를 나가다가 사망 전보를 받는 마지막 장면은 객관적이면서도 극적인 효과를 낳는다. '조모주 병환 위독'이라는 전보로 시작하여 '오전 3시 조모주 별세'라는 전보로 끝나는 구조도 매우 탁월하다.
현진건 <빈처> 줄거리와 작품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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