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씨남정기> 줄거리와 작품해설
조선 후기 숙종 때 문신인 김만중의 한글소설 <사씨남정기>는 본처(사씨)가 후처(교씨)의 모략으로 내쫓기고 고생하다가 남편의 사랑을 되찾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은 작자가 분명하게 밝혀진 작품이면서도 작자 친필 원본은 전하지 않고 수많은 이본만 전해진다. 이본들의 차이는 대부분 사소한 것이라 줄거리나 주제의 차이까지 가져오지는 않아 어느 이본을 읽든 무방한 편이다.
▣ 등장인물
• 사씨(사정옥)
유연수의 정실 부인. 품행이 바르고 고운 성품을 지녔으며 유교적 윤리관에 충실한 어진 아내의 전형을 보여 준다. 간교한 첩 교채란과 대립되는 인물로, 선과 악의 관계에서 선이 승리한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 교씨(교채란)
유연수의 첩. 간교하고 사악한 성격으로 정실부인이 되기 위해 악랄한 짓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위선적이고 교활하며 표독스러운 악녀의 전형을 상징한다.
• 유 한림(유연수)
언뜻 보기에는 학식이 있고 사리에 밝은 인물로 보이지만 무능한 양반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간사한 교씨에게 번번이 속아 넘어가 결국은 사씨를 내쫓고 나중에는 자신도 유배를 당하는 처지가 된다.
• 유 소사(유현)
유연수의 아버지. 사씨의 현숙함을 알아보기 위해 여승 묘희에게 관음 화상을 주고 사씨가 직접 쓴 관음찬을 받아오게 한다.
• 두 부인
유 소사의 누이, 유연수의 고모. 옳고 그름을 잘 가리는 사씨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위기에 처할 때마다 사씨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 동청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의 전형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인물이다. 교씨와 한패가 되어 유연수 집안의 재물을 훔쳐내고 유연수를 유배 당하게 한다.
• 냉진
동청의 친구로 사씨를 곤경에 빠뜨리는 인물이다. 동청을 배반하고 교씨와 눈이 맞아 도망치지만 결국 도둑질을 하다 잡혀 죽는다.

▣ 줄거리
- 장원 급제한 유 한림이 사씨와 혼인하다
중국 명나라에 유현(유 소사)이라는 이름난 선비가 살았다. 유 소사는 느지막이 아들 유연수를 얻었으나 부인이 일찍 죽고 말았다. 유연수는 아버지의 누이인 두 부인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는데 남달리 총명하고 글재주가 뛰어났을 뿐 아니라 인물 또한 빼어났다.
유연수는 열다섯 살에 과거에 장원 급제하여 한림학사가 되었고, 어질고 정숙한 사정옥과 혼인을 하였다. 그러나 혼인한 지 9년이 되어도 아이가 생기지 않자, 사씨 부인은 유연수에게 첩을 들이라고 권한다. 결국 유연수는 외모가 빼어난 교채란을 첩으로 들인다.
- 첩으로 들어온 교씨가 사씨를 모략하여 쫓아내다
아들을 낳은 교씨는 유 한림의 사랑이 두터워지자 자신이 정실 부인이 되어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다. 그래서 교묘한 말과 행동으로 사씨의 흠을 잡아 유 한림에게 일렀으나 유 한림는 그 말을 들은 척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사씨도 아들을 낳았다. 유 한림는 사씨가 낳은 아들 인아를 교씨가 낳은 아들 장주보다 더 아끼고 사랑했다. 그러자 교씨는 시기심에 사로잡혀 점점 더 심하게 사씨를 헐뜯지만 유 한림는 그저 웃어넘기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유 한림의 집에 동청이 서사로 들어온다. 동청은 잘생긴 얼굴에 말주변과 글재주가 뛰어났으나 행실이 좋지 못했다. 사씨는 유 한림에게 동청을 멀리하라고 말했으나, 유 한림은 동청을 신임하였다.
교씨는 동청과 손잡고 사씨를 모함하여 내쫓기로 했다. 교씨는 아들 장주가 앓아누웠을 때 동청에게 사씨의 글씨를 흉내내 교씨와 아들을 저주하는 글을 써달라고 부탁했고 그것을 이용해 아들이 아픈 것이 사씨의 저주 때문인 것처럼 속였다.
교씨의 계략에 넘어간 유 한림은 사씨를 의심했고, 결국 아들 인아를 남겨 둔 채 집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교씨는 바라던 대로 정실부인이 되었다.
- 교씨가 유 한림도 유배 보내고 재산을 차지하다
쫓겨난 사씨는 시부모의 묘가 있는 선산 아랫동네에 거처를 정했다. 그러나 유 한림이 행여나 1년에 한두 번이라도 사씨와 마주칠까 봐 교씨는 동청과 함께 사씨를 그곳에서 몰아낼 음모를 꾸몄다.
사씨는 이를 눈치채고 먼저 그곳을 떠나 유 한림의 고모 두 부인이 있는 장사로 향했다. 여행길에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임 낭자의 도움을 받기도 하며 겨우겨우 장사에 도착하지만, 두 부인은 이미 장사를 떠나고 없었다. 절망에 빠진 사씨는 강물에 몸을 던져 죽으려 했지만, 다행히 묘혜 스님의 도움으로 동정 호수의 군산에 있는 절에서 지내게 된다.
한편 유 한림은 동청의 계략으로 유배를 가게 되고, 동청은 승상 엄숭 덕에 벼슬자리를 얻는다. 이에 교씨는 값진 재물들을 모두 챙겨 동청을 따라나섰다. 그리고 가는 길에 하녀 설매를 시켜 사씨의 아들 인아를 강물에 버리라고 한다. 하지만 설매는 아이를 차마 강물에 던지지 못하고 강가에 뉘어놓고 떠난다.
- 유 한림이 유배에서 풀려나 다시 벼슬길에 오르다
유 한림은 유배지에서 사씨가 옳았음을 깨닫고 지난 일을 후회하며 지내다가 병이 든다. 그때 꿈인지 생시인지 동정 호수의 군산에 산다는 할멈이 나타나 마당 한가운데에 물병을 놓고 사라지는데, 다음 날 물병이 놓였던 자리에서 물이 솟았다. 유 한림은 그 물을 마시고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동청과 교씨는 백성들의 재물을 긁어모아 엄 승상에게 뇌물로 바치거나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데 썼다. 이 무렵 황제가 태자를 책봉하는 나라의 큰 경사가 있어 죄인을 풀어주었는데 그 덕에 유한림도 유배에서 풀려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유 한림은 높은 벼슬아치의 행차와 마주치는데, 바로 동청이었다. 그리고 하녀 설매를 우연히 만나 그간의 사정을 빠짐없이 알게 되었다.
유 한림은 사씨를 찾아 악양으로 갔다. 그곳에서 사씨가 쓴 유서를 발견한 그는 슬퍼하며 제문을 쓸 때 장정 수십 명이 유한림을 잡으러 달려들었다.
유 한림의 소식을 들은 교씨와 동청이 그를 죽이려고 보낸 사람들이었다. 쫓기던 유 한림이 죽으려고 강물에 몸을 던지려는 순간 강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마침 묘혜 스님과 사씨가 노래를 하며 배를 저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유한림과 사씨는 다시 만났다.
- 교씨를 처벌하고 사씨와 행복하게 살다
한편, 교씨와 동청이 사씨를 모함할 때 도왔던 냉진이 동청을 찾아왔다. 동청이 일이 많아 집을 자주 비우자 냉진은 교씨와 정을 통하게 된다. 동청의 뒤를 보아주던 승상 엄숭의 몰락을 알게 된 냉진은 동청의 죄를 고발하여 사형을 당하게 한다.
그 후 냉진과 교씨는 재물을 챙겨 길을 떠났다가 도적에게 재물을 몽땅 도둑맞는다.
황제는 엄숭의 모함으로 유배를 당했거나 쫓겨난 신하들을 다시 불러들여 벼슬을 주었다. 유 한림도 다시 벼슬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씨와 함께 아들 인아의 행방을 찾았으나 도무지 찾을 길이 없었다.
사씨는 대가 끊기면 안 되니 정숙한 여인을 첩으로 들이자고 청하지만 유 한림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집안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사씨는 그동안 신세 졌던 이들에게 보답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임 낭자가 어머니를 여의고 남동생과 함께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씨는 유 한림에게 임 낭자를 첩으로 들이자고 청했다. 이번에는 유 한림도 거절하지 않았다.
그런데 임 낭자가 데려온 남동생이 바로 잃어버린 아들 인아였다. 임 낭자가 버려진 인아를 거둬 동생처럼 키워 왔던 것이다.
재물을 모두 도둑맞은 교씨와 냉진의 삶은 비참했다. 냉진은 도둑질을 하다가 잡혀 죽고, 교씨는 기생이 되었다. 이를 알게 된 유 한림은 교씨를 집으로 불러들이고 그 죄를 물어 죽이라 명했다.
그후 임씨는 아들 셋을 낳았고, 유 한림는 좌승상의 벼슬에 올랐다. 그리고 유 한림와 사씨는 여든 살이 되도록 편안한 삶을 누렸다.
▣ 작품 해설
<사씨남정기>는 '사씨가 남쪽으로 쫓겨나게 된 사연에 대한 기록'이라는 뜻이다. 이 소설의 표면적인 내용은 처첩 간의 갈등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임금 숙종의 잘못을 풍자하고 숙종의 흐려진 마음을 돌리기 위한 목적이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무대는 중국이지만 배경만 다를 뿐 궁중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줄거리로 삼고 있다. 임금인 숙종이 인현왕후를 내쫓고 장희빈을 왕비로 맞아들인 사건이다.
김만중은 이를 반대하다 유배를 당했고 유배지에서 이 소설을 썼다. 귀양살이를 하는 처지였던 김만중은 속마음이 드러나지 않게 중국의 이야기라고 슬쩍 돌려 말했던 것이다.
김만중이 유배지에서 세상을 떠난 뒤, 마침내 장 희빈은 사약을 받고 죽음을 맞이하고 인현 왕후는 다시 중전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김만중이 <사씨남정기>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간교한 장희빈에게 눈이 멀어서 어진 인현왕후를 내쫓은 숙종의 잘못된 태도에 대한 비판이다.
이와 더불어 처첩 간의 갈등을 통해 일부다처제라는 조선시대 가족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다.

▣ 저자 소개
서포 김만중 (1637~1692)
1665년(현종 6) 정시문과에 장원으로 합격하여 관직 생활을 하였으나, 숙종 때 수차례 유배와 탄핵을 당하며 정쟁에 휘말렸다. 그 후 관직에 복귀하였으나 말년에 탄핵으로 다시 남해에 유배되어 그곳에서 병사하였다.
그는 한글로 쓴 문학이라야 진정한 국문학이라는 국문학관을 피력하였다. 저서에 <구운몽>, <사씨남정기>, <서포만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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