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소설 <베니스의 상인> 줄거리와 해설
"1파운드 살덩어리만 가져가는 게 계약조건이오"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은 포샤와 바사니오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안토니오와 샤일록의 재판 과정이 맞물려 전개돼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높게 받는 것을 뜻하는 '고리대금'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역사가 아주 오래됐어요. 우리나라에선 탐관오리들이 고리대금업자 노릇을 하여 백성에게 고통을 주기도 했죠.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1564~1616)가 1596년경에 발표한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등장합니다.
<베니스의 상인>의 배경인 베니스는 중세에 활발한 무역 도시였어요. 이곳에 사는 바사니오는 결혼 자금으로 친구 안토니오에게 돈을 빌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마침 안토니오는 전 재산을 무역선에 투자해 돈이 없었죠. 친구 바사니오를 위해 안토니오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을 찾아갑니다.
"당장 공증인 사무실로 함께 가서 차용증서에 서명하도록 합시다. 이건 뭐 농담이지만, 당신이 빌린 금액을 제날짜에 갚지 못할 경우에는 약속을 어긴 대가로 당신 몸 가운데 내가 원하는 부분의 살 1파운드를 베어 내도 좋다는 내용을 넣으면 어떻겠소?"
안토니오는 베니스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무역업자였지만 샤일록은 그동안 그에게 모욕과 무시를 당했다며 복수하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달라고 했죠. 하지만 안토니오는 두 달 후면 돌아올 무역선이 있기에 마음 놓고 돈을 빌렸죠.
바사니오는 그 돈으로 배를 마련해 사랑하는 여인 포샤가 있는 섬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아라곤 왕의 시험에 통과해 포샤와 결혼을 약속했죠.
그러나 곧 안토니오의 배 세 척이 모두 가라앉아 파산했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베니스로 돌아와요. 바사니오는 자기 때문에 위험에 처한 안토니오를 구하기 위해 샤일록에게 빌린 돈의 몇 배를 주겠다고 했지만, 샤일록은 계약서에 쓰여 있는 내용 그대로 이행하라고 요구했어요.
재판관도 샤일록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설득했지만, 그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죠. 결국 재판관은 계약서를 살펴보고 이렇게 선고합니다.
"베니스의 법이 그대가 피고의 가슴에서 살 1파운드를 베어내는 것을 인정하고 법정이 그의 살을 주는 바요. 하지만 샤일록, 내 말을 들으시오. 이 증서에 따르면 피는 단 한 방울도 그대에게 준다고 쓰여 있지 않소. 자, 이제 증서대로 살 1파운드만 베어 내시오. 만약 안토니오의 피를 한 방울이라도 흘리게 했을 경우에는 그대의 토지와 재산은 모두 베니스의 법률로 정부에 몰수될 것이오. 알겠소?"
피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살 1파운드를 베어내기란 불가능한 일이었죠. 샤일록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빌려준 돈만 받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재판관이 이를 거부했어요.
그리고 샤일록이 안토니오의 생명을 위협하려 했다며 샤일록의 재산 절반은 국가에 내고, 나머지 절반은 안토니오에게 주라는 판결을 내립니다.
샤일록은 안토니오에 대한 복수심에 눈이 멀어 계약서와 법의 원칙만을 앞세워 고집을 피우다 오히려 제 꾀에 당하고 만 것이지요.
▷ 배경지식 _ 유대교와 기독교
유대교와 기독교는 한 뿌리에서 시작됐어요. 유대인들은 예수를 예언자 중 한 명이라 여기며 메시아를 기다리지만, 기독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이 약속한 메시아이며 신이라고 믿었죠.
또한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이미 죄를 씻어주었으므로 그에 대한 믿음을 가지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여깁니다. 유대교에서는 예수의 행동과 상관없이 사람들 스스로 율법을 지키고 교리를 수행하며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요.
두 종교 사이에 있는 인식 차이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유대인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반감은 상당했어요. 유대인들은 기독교로 개종하지 않으면 공직에 진출하거나 상인조합에 가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죠.
그래서 기독교인들이 천대했던 대금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곤 했어요. 중세 교회법에서는 돈을 받고 빌려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죠. 그 후 상업이 발달하면서 대금업의 역할도 함께 커졌고, 이를 통해 샤일록처럼 부를 축적한 유대인도 많아졌죠.
셰익스피어도 이런 유대인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그는 베니스의 상인에 자신의 생명보다 우정과 의리를 지키는 선량한 안토니오와 바사니오는 기독교인으로, 눈물도 없는 악랄한 샤일록은 유대인으로 등장시켰죠.
그리고 샤일록이 안토니오의 생명을 위협하려 했다며 샤일록이 가진 재산의 절반을 피해자인 안토니오에게 주고 나머지 절반은 정부가 몰수한다고 판결했어요. 더구나 샤일록에게는 그를 변호해줄 사람 없이 재판이 진행되었지요.
문학 작품을 읽을 때 작품 자체에 몰입하는 것도 좋지만, 작가나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사회적, 역사적 상황을 함께 공부하면 작품을 더욱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어요.
그리고 현재, 자신의 관점에서 작품을 재해석해 보면 한층 더 의미 있는 독서를 할 수 있어요. 여러분도 이러한 방법으로 <베니스의 상인>을 감상해보세요.
- 출처 : 조선일보 [책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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