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대한 시 모음
바다에서 오는 버스
- 나태주
아침에
산 너머서 오는 버스
비린내 난다
물어보나마나 바닷가
마을에서 오는 버스다
바다 냄새 가득 싣고 오는 버스
부푼 바다 물빛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
풍선처럼 싣고 오는 버스
저녁때
산 너머로 가는 버스
땀 냄새 난다
물어보나마나 바닷가
마을로 가는 버스다
하루 종일 장터에 나가
지친 아주머니 할머니들
두런두런 낮은 말소리 싣고
지는 해 붉은 노을 속으로
돌아가는 버스다.
바다에 갔다
- 정채봉
바다에 가서 울고 싶어
결국 바다에 갔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할머니 치맛자락을 꼭 붙들고
서 있는 것처럼
그냥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송이바다
-정현종
바다 한 송이를
애기동백들은
감당하지 못한다.
붉고 붉고
수없이 붉어도
이상하리만큼 무력하다
한 송이 바다 앞에서는.
바다에서
- 윤정강
마음의 평온을 향한
황홀한 바다
파도에 흔들리는
바람의 비명이 들리는 여기
혼자 숨어드는
일렁임이 두렵다
바람으로 휘청거리는 저녁
파도소리에 가슴이 떨린다
떨고있는 나도 혼자
파도를 안고
흔들리는 바다도 혼자
그리움 안고 넘실거리는 파도
바람의 속살거림으로
가슴앓이 하며
거친숨 몰아쉬며
출렁이는 물결
허공을 걷는 바람은
자유롭기를 눈물로
기도하므로
좁은날개 하나
깊이 간직하고 싶은 바다에서
혼자인 나도 사랑을 기다리는가
파도
- 도종환
능선이 험할수록 산은
아름답다
능선에 눈발 뿌려 얼어붙을수록
산은 더욱 꼿꼿하게 아름답다
눈보라 치는 날들을
아름다움으로 바꾸어 놓은
외설악의 저 산맥 보이는가
모질고 험한 삶을 살아온 당신은
그 삶의 능선을 얼마나 아름답게
바꾸어 놓았는가
험한 바위 만날수록 파도는
아름답다
세찬 바람 등 몰아칠수록
파도는 더욱 힘차게 소멸한다
보이는가, 파도치는 날들을
안개꽃의 터져 오르는 박수로
바꾸어 놓은 겨울 동해바다
암초와 격랑이 많았던 당신의 삶을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 파도로
바꾸어 놓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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