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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길에 대한 시] 도종환 ‘처음 가는 길’ 외 4편

by 늘해나 2022.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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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대한 시 모음

 

 

 

처음 가는 길

 

- 도종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마라 두려워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

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집들 사이로 굽어 돌아가는 길이 있는 모습

 

 

굽이 돌아가는 길

 

-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진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언덕 위에 있는 오두막으로 가는 흙길 이미지

 

 

길은 그렇게

 

- 김종상

 

 

두엄내 풍겨오는 들판을 지나

놀빛 고운 산마루를 기어 넘고

울멍줄멍 구름골짜기를 감돌아

길은 저 혼자서 가고 있었다.

 

물비린내 풍기는 갯벌을 따라

끝없이 설레는 물이랑을 누벼서

마파람 몰아오는 수평선 너머로

길은 쉬지 않고 가고 있었다.

애달픔처럼 먼 바다를 가고 있었다.

 

오늘 하루도 나는

길을 따라, 길과 더불어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항상 함께 다니는 나의 길.

 

 

골목길 모습

 

 

세상의 길가

 

- 김용택

 

 

내 가난함으로

세상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배부릅니다

 

내 야윔으로

세상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살이 찝니다

 

내 서러운 눈물로

적시는 세상의 어느 길가에서

새벽밥같이 하얀

풀꽃들이 피어납니다

 

 

두 길로 이어진 풍경 이미지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 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들판을 가로지르는 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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