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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이별시] 정호승 ‘이별노래’ 외 4편

by 늘해나 2022.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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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시 모음

 

섬네일 이미지

 

 

이별노래

 

- 정호승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 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 가서

그대의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 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홀로 벤치에 앉아있는 여인 모습

 

 

떠난 자리

 

- 나태주

 

 

나 떠난 자리

너 혼자 남아

오래 울고 있을 것만 같아

나 쉽게 떠나지 못한다, 여기

 

너 떠난 자리

혼자 남아

오래 울고 있을 것 생각하여

너도 울먹이고 있는 거냐? 거기.

 

 

해변에서 홀로 노을을 바라보는 남자의 모습

 

 

떠나야 할 때를

 

- 나태주

 

 

떠나야 할 때는 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잊어야 할 때를 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내가 나를 안다는 것은 더욱

슬픈 일이다

 

우리는 잠시 세상에

머물다 가는 사람들

네가 보고 있는 것은

나의 흰 구름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너의 흰 구름

 

누군가 개구쟁이 화가가 있어

우리를 붓으로 말끔히 지운 뒤

엉뚱한 곳에 다시 말끔히

그려 넣어 줄 수는 없는 일일까?

 

떠나야 할 사람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잊어야 할 사람을 잊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한 나를 내가 안다는 것은

더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호숫가 벤치에 조용히 앉아있는 남녀의 뒷모습

 

 

이별이 시작되던 날

 

- 용혜원

 

 

붙박이 사랑인 줄 알았는데

바닥이 보였다

우리를 촉촉이 적셔주었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말라 버렸다

 

떠나고 싶다고 했다

사랑하면 붙잡아 달라고 했을 때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이런 오랜 떠남이 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는 왜 아무런 말도 못했을까

 

봄날은 다시 오고 새로운 잎새들은

다시 돋아나는데

우리 사랑은 다시 돋아나지 않는다

 

설마 했을까

늘 넉넉하던 너의 마음이었기에

장난인 줄 알았을까

 

어느 날부턴가 소식도 없고

연락할 수도 없을 때 알았다

그날이 우리들의 이별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호수가 벤치에 혼자 앉아있는 여인 모습

 

 

이별법

 

- 류시화

 

 

사랑이 오실 때의 그 마음보다 더한 정성으로

한 사람을 떠나보냅니다

 

비록 우리 사랑이 녹아내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각자의 길을 떠난다 해도

그래도 한때 행복했던 그 기억만은

평생을 가슴에 품고 살고 싶습니다

 

내 인생에 다시없을 이 사랑

그대가 주었던 슬픔은 모두 잊고

추억의 상자에서 꺼내어

아름다웠노라, 지극히도 아름다웠노라

회상할 수 있는 사랑이고 싶습니다

 

우리 사랑이 이별로 남게 되어

지금은 견디기 힘든 아픔뿐일지라도

사랑이 오실 때의 그 마음보다 더한 정성으로

그대를 떠나보냅니다

 

헤어지는 지금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아름다운 미소로...

 

 

해변에 혼자 걷고 있는 사람의 발자국 이미지와 시 내용 일부가 들어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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