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대한 시 모음
나의 하늘은
- 이해인 수녀
그 푸른빛이 너무 좋아
창가에서 올려다본
나의 하늘은
어제는 바다가 되고
오늘은 숲이 되고
내일은 또
무엇이 될까
몹시 갑갑하고
울고 싶을 때
문득 쳐다본 나의 하늘이
지금은 집이 되고
호수가 되고
들판이 된다
하늘을 봐
- 조미하
하늘을 보는
버릇이 생겼어
자동차를 갓길에 세워 놓고
파란 하늘을 보기도 하고
늦은 밤 베란다 창문을 열고
별들이 박힌
검은빛 하늘을 보기도 해
그러면
복잡하고 엉켰던 생각이 정리되고
편안해져
바다를 보러 가려면
시간이 필요하지
그래서
고개만 들면 언제나 있는
하늘을 봐
힘이 들 땐 더
지금 하늘을 보세요
- 오광수
당신이 힘들고 어려우면
하늘을 보세요.
이제까지 당신은 몰랐어도
파란 하늘에서 뿌려주는
파란 희망들이
당신의 가슴속에
한 겹 또 한 겹 쌓여서
넉넉히 이길 힘을 만들고 있습니다.
당신이 슬프고 괴로우면
하늘을 보세요.
이제까지 당신은 몰랐어도
수많은 별들이 힘을 모아
은하수 물 가지고
당신의 슬픔들을
한 장 또 한 장 씻어서
즐겁게 웃을 날을 만들고 있습니다.
당신이 외롭고 허전하면
하늘을 보세요.
이제까지 당신은 몰랐어도
둥실 흘러가는 구름들이
어깨동무하며
당신의 친구 되어
힘껏 또 힘껏 손잡고
도우며 사는 날을 만들고 있습니다.
당신이 용기가 필요하면
하늘을 보세요.
이제까지 당신은 몰랐어도
동쪽 하늘에서 떠오르는
새날의 태양이
당신의 길이 되어
환히 더 환히 비추며
소망을 이룰 날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늘 위의 창문
- 안도현
방패연을 높이높이
띄웠다
하늘 위에 커다란
창문이 하나
생겼다
저 창문을 열면
하늘 위에 누가
살고 있는지
다 내다볼 수 있겠다
하느님의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훤히 다 보이겠다
방패연은 좋겠다
저러다
운이 좋으면
하느님도 만날 수 있겠다
하늘
- 박두진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 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마음챙김의 글 > 시 한편의 여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시] 안도현 ‘봄날, 사랑의 기도’ (0) | 2022.02.26 |
---|---|
[커피 시모음] 이해인 ‘어느 날의 커피’외 3편 (0) | 2022.02.18 |
[인생시] 나태주 ‘아끼지 마세요’ (0) | 2022.02.13 |
[인생시] 조미하 ‘이런 나날이었으면’ 외 (0) | 2022.02.12 |
[힘을 주는 시] 희망에 대한 시 모음 (0) | 2022.02.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