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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커피 시모음] 이해인 ‘어느 날의 커피’외 3편

by 늘해나 2022.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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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관한 시모음

 

커피 시 모음 섬네일 이미지

 

 

어느 날의 커피

 

- 이해인

 

 

어느 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아무리 읽어 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맞고 사는 세상

거리를 걷다 가슴을 식히고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커피 이미지

 

 

커피가 좋은 이유

 

- 윤보영

 

 

추운 곳에서 떨다가 들어와

잔을 잡으면

미소로 마음까지 데워주는데

안 좋을 수 있겠니?

 

향기로 코를 톡톡 건드리고

입속에 기분 좋은 여운으로 머무는데

어떻게 안 좋을 수 있니.

 

마실 때마다

네 생각 꺼내 주는데

그리고 너도 좋아하는데

어떻게 안 좋아 하겠니.

 

뜨겁지만 않으면

와락 안아주고 싶은데

어떻게 어떻게 내가 너를.

 

 

커피 잔 이미지

 

 

커피를 마시며

 

- 신달자

 

견디고 싶을 때

커피를 마신다.

 

남 보기에라도

수평을 지키게 보이려고

 

지금도 나는

다섯 번째 커피 잔을 든다.

 

실은 안으로 수평은커녕

몇 번의 붕괴가 살갗을 찢었지만

 

남 보이는 일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해서

배가 아픈데 아픈데

 

깡소주를 들이키는 심정으로

아니 사약처럼 커피를 마신다.

 

 

카페에 있는 커피 이미지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 사람

 

- 안국훈

 

 

커피는 시작의 종소리다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거나

먼저 곁에 놓아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싸늘한 바람에 가슴까지 시린 날에는

따듯한 추억이 흔들리는 아이리시커피

한 잔이면 온몸에 온기가 번진다

 

문득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는

솜사탕처럼 달콤하면서 씁쓸한 카푸치노

그 빛깔로 마음이 그윽해진다

 

커피는 느낌표다

마실 때마다 미소가 번지니

된통 화난 얼굴인데도

잔잔한 행복으로 넘쳐 흐른다

 

잿빛하늘에 기분까지 우울한 날에는

부드럽고 깊은 맛 우러나는 원두커피

그 향기로 하루가 맑아진다

 

마음 날아갈 것 같은 햇살 고운 날

잔잔한 행복감에 감미로운 헤이즐넛커피

그리운 사람을 그립게 한다

 

느낌이 통하는 사람

허전한 빈자리를 남겨둘 때

뜨거운 그리움이 살몃 일렁이면

일상의 빈틈으로 번지는 그윽한 향기여

 

커피 한 잔을 즐기면

일상이 여유로워지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알면

하루가 행복해진다

 

지금 그대와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어라

 

 

커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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