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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가을시] 10월의 시모음

by 늘해나 2021.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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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기도

 

 

언제나 향기로운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좋은말과 행동으로 본보기가 되는

사람 냄새가 나는 향기를 지니게 하소서

 

타인에게 마음의 짐이 되는 말로

상처를 주지 않게 하소서

상처를 받았다기보다

상처를 주지는 않았나

먼저 생각하게 하소서

늘 변함없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살아가며 고통이 따르지만

변함없는 마음으로

한결 같은 사람으로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게 하시고

마음에 욕심을 품으며

살게 하지 마시고

비워두는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하시고

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게 하소서

 

무슨 일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아픔이 따르는 삶이라도

그 안에 좋은 것만 생각하게 하시고

건강 주시어 나보다 남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주소서

 

10월에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더욱 넓은 마음으로

서로 도와가며 살게 하시고

조금 넉넉한 인심으로

주위를 돌아 볼 수 있는

여유있는 마음 주소서

 

- 이해인 수녀

 

 

 

 

10월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오세영

 

 

 

10월 엽서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게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

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

우표 없이 부칠 테니

알아서 가져가실래요?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 어느 날

 

- 이해인 수녀

 

 

 

10월의 시

 

 

그리고는 가을 나비가 날아왔다

아, 그렇게도 빨리

 

기억하는가

시월의 짧은 눈짓을

서리들이 점령한 이곳은

이제 더 이상 태양의 영토가 아니다

곤충들은 딱딱한 집을 짓고

흙 가까이

나는 몸을 굽힌다

 

내 혼은 더욱 가벼워져서

몸을 거의 누르지도 않게 되리라

 

- 류시화

 

 

 

 

10월의 노래 

 

 

꽃 피고 지는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아 있는 모든 날이

기쁘고 감사하지만

 

10월의 하루하루는

더없이 행복한 시간.

차츰 단풍 물드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며

 

내 작은 가슴도

고운 빛으로 물들어가고

높푸른 하늘 우러러

마음은 겸손히 평안하다.

 

거저 받은 목숨이니

아무런 자랑도 교만도 없이

인생길 소풍 가듯

즐거이 걸어가다가

이 몸 또한

한 잎 낙엽 되면 그뿐인 걸..

 

- 정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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