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마에 관한 시 모음
장마
햇볕에 말리고 싶어도 내 마음
불러내어 말릴 수 없다.
더러우면서도 더러운 줄 모르는
내 마음의 쓰레기통
씻어내고 싶어도 나는 나를
씻어낼 줄 모른다.
삶이란 하나의 거대한 착각
제대로 볼 수 없어 온몸이 아프다.
(김재진 시인)
장마 뒤
엄마가 묵은 빨래 내다 말리듯
하늘이 구름조각 말리고 있네
오랜만에 나온 햇볕 너무 반가워.
(서정슬·아동문학가)
장마
일년에 한 번은
실컷 울어버려야 했다
흐르지 못해 곪은 것들을
흘려보내야 했다
부질없이 붙잡고 있던 것들을
놓아버려야 했다
눅눅한 벽에서
혼자 삭아가던 못도
한 번쯤 옮겨 앉고 싶다는
생각에 젖고
꽃들은 조용히
꽃잎을 떨구어야 할 시간
울어서 무엇이 될 수 없듯이
채워서 될 것 또한 없으리
우리는 모두
일 년에 한 번씩은 실컷
울어버려야 한다
(최옥 시인)
장마철의 기도
세찬 폭우 속에서도
의연한 모습으로 서 있는
저 나무들의 말없는
용기를 배우게 하소서
휘몰아치는 비바람 속
세상의 먼지 말끔히 씻는
저 푸른 잎새들의
순결함을 닮아가게 하소서.
사랑에 가뭄 들어
빛 바래고 바짝 시든
나의 삶에
다시 사랑이 찾아오게 하소서
미움과 한숨과 불평의
찌꺼기 말끔히 털어 버리고
나의 마음속에
사랑이 콸콸 홍수지게 하소서.
먹구름 너머
밝은 태양 살아 있고
소낙비 그치는 하늘이라야
찬란한 무지개 꽃 피어날 수 있음을
굳게 믿고 기억하며
한평생 살아가게 하소서.
(정연복 시인)
장마
하느님도
우리 엄마처럼
건망증이 심한가 보다
지구를 청소하다가
수도꼭지 잠그는 걸
잊어버린 모양이다
콸콸콸콸,
밭에 물이 차서
수박이 비치볼처럼 떠오르고
꼬꼬닭도 알을 두고
지붕 위에서 달달 떨고
새로 산 내 노란 우산도
살이 두 개나 부러졌는데
아직도 콸콸콸콸
하느님, 수도꼭지 좀 잠궈 주세요.
(조영수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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