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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인생시] 상처가 더 꽃이다 by 유안진

by 늘해나 2021.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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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나무에 연한 분홍색 꽃이 핀 모습

 

상처가 더 꽃이다

 

                      - 유안진

 

 

어린 매화나무는 꽃 피느라 한창이고

사백 년 고목은 꽃 지느라 한창인데

구경꾼들 고목에 더 몰려섰다.

 

둥치도 가지도

꺾이고 구부러지고 휘어졌다.

갈라지고 뒤틀리고 터지고 또 튀어나왔다.

 

진물은 얼마나 오래 고여

흐르다가 말라붙었는지

주먹만큼 굵다란 혹이며 패인

구멍들이 험상궂다.

 

거무죽죽한 혹도 구멍도

모양 굵기 깊이 빛깔이 다 다르다.

 

새 진물이 번지는가

개미들 바삐 오르내려도

의연하고 의젓하다.

 

사군자 중 으뜸답다

꽃구경이 아니라 상처 구경이다.

 

상처 깊은 이들에게는

훈장으로 보이는가

 

상처 도지는 이들에게는

부적으로 보이는가

 

백 년 못 된 사람이

매화 사백 년의 상처를 헤아리랴마는

감탄하고 쓸어 보고 어루만지기도 한다.

 

만졌던 손에서 향기까지 맡아 본다

진동하겠지 상처의 향기

상처야말로 더 꽃인 것을.

 

 

한옥 앞마당에 있는 꽃이 활짝 핀 매화나무 모습

 

올해로 등단한 지 56년, 시집 18권을 낸

유안진 시인은 400년 된 매화나무에

꽃이 핀 것을 예찬하며

"인생은 고통없이 숭고해질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떤 힘든 상황이든 잘 이겨내라는

응원의 의미로

이 시를 올려봅니다.

 

 

매화꽃이 활짝 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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