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노래
-신석정
감았다 다시 떠보는
맑은 눈망울로
저 짙푸른 유월 하늘을 바라보자
유월 하늘 아래
줄기 줄기 뻗어나간
청산 푸른 자락도
다시 한번 바라보자
청산 푸른 줄기
골 누벼 흘러가는
겨웁도록 잔조로운 물소릴 들어보자
물소리에 묻어오는 하늬바람이랑
하늬 바람에 실려오는
저 호반새 소리랑 들어보자
유월은 좋더라, 푸르러 좋더라
가슴을 열어주어 좋더라
물소리 새소리에 묻혀 살으리
이대로 유월을 한 백년 더 살으리
6월의 언덕
-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든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안 하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6월의 시
- 김남조
어쩌면 미소 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정한 하늘이
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 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단가도 싶고
은 물결 금 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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