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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시인은 교직생활을 하던 시절, 전교조를 만드는 일에 참여했다가 감옥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암으로 아내를 잃은 뒤 어미없는 자식을 세상에 두고 말입니다. 그의 아버지가 부자지간의 의를 끊자고 말했고, 그는 울었지만 그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못한 아들이, 그 삐뚤거리는 어린 글씨로 아비의 감옥으로 편지를 보냈을 때, 감방벽에 십자가를 그어놓고 울면서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그때 그는 저 담쟁이를 생각했답니다.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 그것. 담쟁이 잎 하나가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불가능의 벽을 넘는 바로 그 풍경을.
- 출처 :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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