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일기 1
여름엔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널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매일을 가꾸며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번 바다에 가고 싶다
바다에 가서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온
섬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 오고 싶다
여름일기 2
오늘 아침
내 마음의 밭에는
밤새 봉오리로 맺혀 있던
한 마디의 시어가
노란 쑥갓꽃으로 피어 있습니다
비와 햇볕이 동시에 고마워서
자주 하늘을 보는 여름
잘 익은 수박을 쪼개어
이웃과 나누어 먹는 초록의 기쁨이여
우리가 사는 지구 위에도
수박처럼 둥글고 시원한
자유와 평화 가득한 여름이면 좋겠습니다
오늘 아침 나는 다림질한 흰 옷에
물을 뿌리며 생각합니다
우울과 나태로 풀기 없던 나의 일상을
희망으로 풀먹여 다림질해야겠음을
지금쯤 바삐 일터로 향하는
나의 이웃을 위해
한 송이의 기도를 꽃피워야겠음을...
여름일기 3
아무리 더워도
덥다고
불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차라리
땀을 많이 흘리며
내가 여름이 되기로 했습니다.
일하고 사랑하고
인내하고 용서하며
해 아래 피어나는
삶의 기쁨 속에 여름을
더욱 사랑하며
내가 여름이 되기로 했습니다
여름일기 4
떠오르는 해를 보고
멀리서도 인사하니
세상과 사람들이
더 가까이 웃으며 걸어옵니다.
이왕이면 붉게 뜨겁게
살아야 한다고
어둡고 차갑고
미지근한 삶은 죄가 된다고
고요히 일러주는 나의 해님
아아, 나의 대답은 말보다
먼저 또 오르는 감탄사일 뿐
둥근 해를 닮은 사랑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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