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파상 <목걸이> 줄거리와 또다른 해석
진짜 다이아몬드가 아니라고!
허영심이 부른 파국
허영심이 부른 반전 스토리 <목걸이>
프랑스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로 인정을 받는 기 드 모파상(1850~1893)이 1884년에 발표한 <목걸이>라는 작품이 있다.
프랑스는 물론 세계인들에게 감명을 준 이 단편소설은 모파상 특유의 자연주의적 기법으로 간결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마틸드 루아젤은 하급 공무원의 부인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다. 생활이 빈궁하여 변변한 외출복과 장신구가 없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불만이었다. 화려한 옷에 보석을 치장하고 다니는 부인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자신의 처지가 한심해지기도 했다.
어느 날 그녀와 남편은 문부성 장관 내외가 주최하는 관저 무도회에 초대됐다. 문부성 하급 관리인 남편은 장관의 초대에 기뻐했지만 마틸드는 큰 근심에 빠졌다. 무도회에 입고 갈 외출복이 없기 때문이었다.
아내의 불평에 남편은 고민 끝에 400프랑을 마련해 나들이옷을 장만하도록 그녀에게 건넸다. 외출복이 해결되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장신구가 하나도 없는 아내는 최소한 번듯한 목걸이라도 하고 가야 무도회에 가서 창피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무도회에 가지 않는 편이 낫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남편의 제안으로 아내는 부유층인 학교 동창 잔느 포레스터 부인을 찾아가서 사정해 장신구를 빌리기로 했고 그 집을 방문해 보석을 고르다가 까만 비단보에 싸인 상자에 들어 있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보게 된다.
그녀는 그 목걸이를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려 왔다. 평생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다이아몬드 목걸이! 거울 속에서 찬란한 보석 목걸이를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황홀경에 빠질 정도였다. 결국 친구 잔느의 호의로 그 목걸이를 빌리게 된 마틸드는 뛸 듯이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드디어 무도회 날, 마틸드는 대성공을 거둔다. 점잖은 신사들이 모두 그녀에게 다가와 관심을 보였고 그녀와 왈츠를 추고 싶어 했다. 파티의 여왕이 된 기분으로 그녀는 정신없이 춤을 췄고 하급관리의 부인으로서 살면서 그간 가슴 한 구석에 쌓여 있던 한을 어느 정도 푼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파티는 새벽 4시가 돼서야 끝이 났다.
마틸드는 야회복 위에 모피를 걸친 귀부인들 사이를 뚫고 쫓기듯이 파티장을 떠나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모피 코트 없이 추위에 떠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 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 번 더 감상하려는 순간, ‘앗’ 하고 소리를 질렀다.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없어진 것이 아닌가! 남편은 급히 어두운 밤거리로 나가서 길바닥을 살피고 마차와 무도회장 내부를 샅샅이 뒤지고 경찰에 분실신고까지 했지만 목걸이는 끝내 찾을 수 없었다.
1주일이 지난 후 부부는 별 수 없이 목걸이 주인에게 변상해 주기로 하고 파리 시내 보석상들을 뒤진 끝에 잃어버린 목걸이와 매우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있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무려 3만6000프랑. 마틸드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겨준 1만8000프랑을 모두 헐어서 충당하기로 했다. 부족한 나머지 돈은 친지와 이웃들에게 조금씩 빌려야 했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은 나머지 금액은 사채업자에게 고리로 빌렸다.
그렇게 해서 어렵사리 돈을 마련한 마틸드는 마침내 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사서 잔느에게 돌려줬다. 마틸드는 혹시 그녀가 상자를 열어 보고 다이아몬드가 바뀐 것을 알면 어쩌나하고 가슴이 조마조마 했는데 다행히 그녀는 상자 뚜껑을 열어 보지 않았다.
마틸드 내외에게는 이제 거액의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고통의 나날이 시작됐다. 하인도 내보내고 집도 변두리 싸구려 다락방으로 이사했다. 남편은 빚을 갚기 위해 퇴근 후 시내의 상점에서 장부를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
마틸드는 매일 아침 큰길까지 나가 쓰레기를 버려야 했고, 물을 길어서 계단 끝 다락방까지 걸어서 올려야 했다. 시 외곽의 허름한 시장에 가서 야채를 사 먹었고 물건 값을 악착같이 깎았기 때문에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다.
매달 돌아오는 어음을 결제해야 했고 사채업자들의 독촉에도 시달렸다. 어느새 그녀의 몰골은 시골아낙처럼 변했다. 머리가 헝클어지고 스커트도 볼품없이 구겨진 채로 정신없이 동분서주하는 나날을 보냈다.
이렇게 10년이 지나서 부부는 빚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다 갚았다. 어느 화창한 일요일, 마틸드는 고된 생활을 벗어나 한숨을 돌리려고 모처럼 샹젤리제 거리로 산책을 나갔다. 거기서 우연히 잔느를 만났다.
그런데 그녀는 친한 친구인 마틸드를 알아보지 못했다. 너무나 변한 그녀의 모습에 깜짝 놀란 친구는 어찌된 사연이냐고 물었고 마틸드는 진실을 이야기해 줬다. 그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배상해 주기 위해 큰 빚을 지게 되었고 지난 10년 동안 부부는 밑바닥 생활을 하며 돈을 갚았다고.
친구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두 손을 꼭 잡았다.
“어쩜, 어떡하면 좋아, 가엾은 마틸드, 그건 가짜 목걸이였어. 기껏해야 500프랑밖에 나가지 않는…”
소설 <목걸이>에 대한 또다른 해석
‘잃어버린 10년’ 아깝다는 의견 많지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자
경영학 수업시간에 여대생들에게 <목걸이>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학생이 마틸드라면 그 역경을 어떻게 극복하겠는지를 물어 봤다.
많은 학생들이 자기 같으면 목걸이 주인을 찾아가서 이실직고를 하고 손해를 배상할 테니 액수를 줄여 주고 또 상환기간도 늦춰 달라고 사정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마틸드가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그녀의 괜한 자존심 때문일 것이라는 해설도 달았다.
아무튼 마틸드 내외가 목걸이 분실에 대한 책임을 당연히 져야했겠지만 그들의 ‘잃어버린 10년’이 너무 아깝다는 의견이 많았다. 심지어 그녀는 쓸데없이 삶을 허비했다는 코멘트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학생들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었다. 긍정심리학에서 말하는 ‘회복탄력성(또는 복원력)’의 개념을 빌려 이유를 설명하자면, 회복탄력성은 크고 작은 역경과 시련과 실패를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튀어 오르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마치 공을 벽에 던졌을 때 튀어서 다시 돌아오듯이 회복탄력성이 높은 개인은 비록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튀어 오르는 탄력성이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반드시 성공하여 과거의 실패를 충분히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마틸드는 한때의 허영심으로 예기치 않게 엄청난 고생을 했지만 이후의 삶에 있어서 역경을 이겨내고 과거보다 나은 삶으로 되돌아오는 복원력을 얻게 되었기 때문에 10년간의 고생은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허송세월이 아니며 분명 소중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목걸이> 그 뒷이야기를 쓴다면...
이제 <목걸이> 끝부분에서 모파상이 쓰지 않은 후기를 필자가 완성해 보고자 한다.
마틸드는 10년 동안의 땀과 눈물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진품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포레스트 부인으로부터 돌려받는다. 그녀가 잃어버린 가짜 다이아몬드 목걸이 가격인 500프랑을 변상하면 가능한 일이다.
반칙을 쓰지 않고, ‘선한 의지’로 굴욕과 희생의 10년 세월을 버텨낸 마틸드는 빛나는 진품 목걸이와 함께 삶의 복원력을 보상으로 받게 된다. 이제 그녀 앞에 어떤 역경이 닥치더라도 인생을 허투루 살지 않을 자신감이 생겼으리라 확신한다.
- 중앙선데이, 김성국 이화여대 경영대학장(기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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