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레시피/외국문학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 시간과 삶의 비밀

by 늘해나 2020. 12. 17.
728x90
반응형
 독일작가 미하엘 엔데의 장편동화 <모모>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


모모를 통해 바쁘게 사는 현대인의 삶 비판, 마음의 여유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


미하엘 엔데(Michael Ende, 1929~1995)는 독일의 저명한 판타지 소설 작가이다. 1973년에 발표한 <모모>는 그의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700만 부 이상 판매됐고 세계 40여 개국에서 즐겨 읽히고 있는 소설 <모모>에는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흔히 <모모>를 청소년 동화로 알고 있지만, 읽어 보면 오히려 어른들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먼저 줄거리를 살펴보자.

 

어느 도시의 변두리, 폐허가 된 원형극장에 모모라는 이름의 한 여자아이가 부모 없이 혼자 살고 있다. 모모에게는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비범한 능력이 있었다. 사람들은 모모를 만나 대화하게 되면 혀가 저절로 풀리면서 말을 많이 하게 되면서 스스로 유쾌해지고 지혜가 생겨났다.


모모만큼 남의 말을 잘 들어 줄 줄 아는 사람도 없었다. 모모는 어리석은 사람이 갑자기 아주 사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상대방이 그런 생각을 하게끔 무슨 말이나 질문을 해서가 아니었다. 모모는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어느 날 이 마을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회색 피부에 회색 옷을 입고 시가를 엄청 피워대는 회색신사들이 찾아왔다. 자신들을 시간은행에 근무하는 사원이라고 소개하고 자기들의 은행에 시간을 맡길 것을 권유하였다. 나중에 두둑한 이자를 붙여서 시간을 되돌려준다고 했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시간은행에 시간을 저축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을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여유롭게 살던 마을 사람들은 늘 시간에 쫓겨 허둥대는가 하면, 퇴근 후 아예 친구를 만나러 가지도 않고, 기르던 개와 고양이도 버린 채 항상 피곤해하면서 마음이 차갑게 변해갔다. 모모는 친구들과 함께 회색신사들의 꾐에 넘어가지 말 것을 마을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시간저축 반대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루는 회색신사 한 명이 모모를 찾아와서 사람들을 선동하지 말도록 회유도 하고 협박을 하려고 했으나, 모모와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그녀가 자신의 말을 너무나 잘 경청하는 바람에 그 회색신사는 스스로 혀가 풀려 그들의 정체에 관한 엄청난 비밀을 털어놓았다.

 


그 비밀은 회색신사들은 이미 죽은 목숨인데 담배를 피면서 시간을 태워야 계속 생존할 수 있는 존재이며, 마을사람들이 시간은행에 착실히 저축한 시간들은 결국은 하나도 남지 않고 연기와 함께 허공 속으로 날아가 버리고, 마을 사람들은 시간을 돌려받지 못해 수명 단축으로 일찍 죽게 되는 재앙을 맞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회색신사들의 엄청난 음모를 알게 된 모모와 친구들은 마을사람들의 시간을 다시 찾아올 방도를 놓고 고민하다가 시간의 관리자로 알려져 있는 호라 교수를 찾아가서 시간을 되찾아 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모모는 호라와 그가 기르는 거북이 카시오피아의 도움을 받아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결국 시간은행에 저축된 마을 사람들의 시간을 모두 되찾는 데 성공한다. 모모 일행이 마을에 돌아와 보니 마을은 다시 생기와 여유가 넘치는 곳이 되어 있었다.

 


시간에 쫓기는 노예 되지 말고 시간을 지배하라.


<모모>는 사람들이 시간에 대해 어떤 관념과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깨닫게 해주는 상징적 소설이다.

 

"시간을 재기 위해서 달력과 시계가 있지만, 그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한 시간은 한없이 계속되는 영겁과 같을 수가 있고, 한 순간의 찰나와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한 시간 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겪는가에 달려 있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니까."

 

<모모>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시간에 쫓겨 사는 노예가 되지 말고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되라는 것이다. 나와 가족의 조그만 행복을 위해 쓰는 소중한 시간을 포기하고 불확실한 미래의 큰 한 방을 도모하기 위해 쫓기듯이 사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이다.

 

시간경영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창의적인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친구나 이웃사람들을 만나 담소를 즐기고, 주말에 아이들과 캠핑을 떠나기 위해 보드게임을 챙기고 텐트를 손질하는 데 기꺼이 시간을 쓰는 모모와 같이 여유롭게 소통하며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된다.


- 중앙SUNDAY, 김성국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장(기사 요약)



ⓒpixabay



   책속 밑줄 긋기  

 

모모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일들을 해결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모모가 얼마든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재산,

그것은 바로 시간이었다. (p.25)

 

 

모모는 이 세상 모든 것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 고양이, 귀뚜라미, 두꺼비,

심지어는 빗줄기와 나뭇가지 사이를 스치는

바람에도 귀를 기울였다.

그러면 그들은 각각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모모에게 이야기를 했다. (p.31)


얘 모모야

때론 우리 앞에 아주 긴 도로가 있어

'너무 길어.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지

그러면 서두르게 되지

그리고 점점 더 빨리 서두르는 거야

허리를 펴고 앞을 보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을 것 같지

그러면 더욱 긴장되고 불안한 거야

나중에는 숨이 탁탁 막혀서 

더 이상 비질을 할 수가 없어.

앞에는 여전히 길이 아득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야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그러면 일을 하는 게 즐겁지

그게 중요한 거야.(p.50~51)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

장님에게 무지개의 고운 빛깔이 보이지 않고

귀머거리에게 아름다운 새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과 같지.

허나 슬프게도 이 세상에는 쿵쿵 뛰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눈멀고 귀 먹은 가슴들이 수두룩하단다. (p.217)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