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전> 줄거리와 해설
❑ 등장인물
• 노루 선생
회갑를 맞은 오룡산의 어르신. 회갑잔치에 포악하기로 유명한 호랑이 대왕을 초대하지 않은 대범함을 보인다.
• 토끼
오룡산의 꾀돌이. 호랑이 없는 잔치에서 누가 윗자리를 차지하나 동물들이 옥신각신하자 번득이는 제안을 한다.
• 누렁노루
노루 선생의 친척뻘 되며, 제일 먼저 나이 자랑에 나섰다가 여우에게 꼼짝없이 당하고 만다.
• 여우
호랑이를 등에 업고 위세를 떠는 간사한 인물, 윗자리를 차지하려고 두꺼비와 한판 입씨름을 벌인다.
• 두꺼비
톡 불거진 눈을 끔벅이며 능청스럽게 여우의 허풍을 맞받아치는 입씨름의 귀재. 궁지에 몰리면 뿌연 연기를 뿜어내는 재주가 있다.
❑ 줄거리
1부 호랑이 없는 곳에 내가 왕
노루 선생이 숲속 동물들을 자신의 회갑 잔치에 초대했다. 그런데 숲속의 왕 호랑이는 초대하지 않았다. 작년에 아들이 호랑이한테 물려 죽은 이유도 있지만 호랑이가 오면 다른 동물들이 불안에 떨 것이므로 오늘 하루만이라도 마음 편히 즐기기 위해서였다.
아무튼 호랑이 없는 잔치에서 맨 윗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를 놓고 동물들끼리 자리다툼을 벌인다. 그러자 토끼가 나서서 “나이가 제일 많은 사람이 맨 윗자리에 앉자”고 제안한다. 이에 동물들은 서로 자기가 가장 나이가 많다며 말도 안 되는 허풍들을 떨기 시작한다.
2부 내 나이가 더 많소
먼저, 누렁 노루는 허리가 기역 자로 굽은 자신이 가장 나이가 많다고 나섰지만, 이내 하늘과 땅이 생겨날 때 자신이 강줄기를 냈다고 말하는 여우에게 꼬리를 내리고 만다.
그때 두꺼비가 나타나 “여우가 강줄기를 낼 때 썼던 도구는 자신이 젊었을 때 심은 고양나무로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두꺼비는 재치 있는 말솜씨로 마침내 윗자리에 오르고 잔치는 무르익어 갔다.
3부 내가 더 잘났소
한입감밖에 안 되는 두꺼비에게 진 여우는 분한 마음에 슬금슬금 두꺼비를 비꼬기 시작했다.
그러자 두꺼비는 “내가 하늘에 갔을 때 여기저기에서 거짓말을 일삼고 아첨을 떤 죄로 똥밭을 주둥이로 가는 벌을 받던 들개를 보았는데, 가만 보니 여우 네가 그 들개였구나!”라고 응수했다.
이에 여우는 “네 놈이 심었다는 고양나무 앞에서 뱀에게 물려 죽기 직전이었던 개구리가 두꺼비한텐 외삼촌이라고 부르고, 나한텐 할아버지라고 불렀으니, 내가 두꺼비보다 더 어른이다”라고 말한다.
이에 두꺼비는 ‘꼬리가 아홉 개 달린 구미호 이야기’를 들려주며 여우는 본래 간사하고 요사스러운 동물이라고 받아친다.
4부 얼씨구절씨구, 놀아 보세!
그런데 아뿔싸! 잔치가 끝나갈 무렵 호랑이가 살쾡이를 앞세우고 쳐들어온다. 그러자 두꺼비는 겁내지 않고 호랑이에게 맞서 입속에서 독을 뿜었다. 호랑이에게 용감히 맞서는 두꺼비의 모습을 보고 다른 동물들도 힘을 합쳐 공격했다.
토끼는 호랑이 뺨을 때렸고, 원숭이는 나무에서 뛰어내리면서 엉덩이로 호랑이 머리를 짓찧었다. 고슴도치는 가시를 세워 달려들어 침을 놓았고, 너구리는 엉덩이를 내밀어 구린내를 풍기고, 두더지는 호랑이 발바닥을 간지럽혔다. 또 새들은 잔돌을 떨어뜨리고 벌레를 물어와 호랑이 귀와 코에 집어넣었다.
이렇게 동물들이 똘똘 뭉쳐 한꺼번에 공격하자, 오룡산에서 왕처럼 군림하던 호랑이는 혼비백산하여 달아났다. 호랑이를 따르던 살쾡이와 까마귀, 여우도 도망을 갔다. 이에 동물들은 환호했고 호랑이가 없는 오룡산은 세상에 둘도 없는 낙원처럼 보였다.
❑ <두껍전> 해설
<두껍전>은 조선 후기 작품으로 추측되는 작가 미상의 우화 소설이다.
우화 소설은 동물이나 식물 혹은 사물이 주인공이 되어 인간의 삶을 풍자한 소설을 말하는데, 시대적 분위기나 권력 횡포로 마음 놓고 현실을 비판할 수 없을 때 동식물의 입을 빌어 하고 싶은 말을 할 목적으로 사용된다.
<두껍전>은 노루가 회갑 잔치를 벌이는데, 그 자리에 짐승의 왕인 호랑이가 초대받지 못하자 참석한 동물들이 서로 나이 자랑을 하며 윗자리에 앉으려고 다투는 이야기다. 결국 두꺼비가 화려한 말솜씨로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입담 대결에서 여우는 조선 후기에 몰락해 가는 양반을 상징하고, 두꺼비는 재산을 모아 지위가 높아진 상민을 상징한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두껍전>은 현실을 잊어버린 채 과거에 잘살았던 추억에만 사로잡혀서 시대의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양반의 모습을 풍자한 작품이다.
또한 잔치가 끝날 무렵 잔칫집에 쳐들어온 호랑이를 동물들이 힘을 모아 물리치는 모습을 통해 강한 힘이 가장 중시되는 동물왕국에서 약한 동물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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