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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레시피/우리문학

안도현 <연어> 줄거리, 인상 깊은 구절

by 늘해나 2024.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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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우화소설 <연어> 

 

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 <연어> 첫 문장, 마지막 문장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지만 큰 바다로 나가 자라고는 알을 낳을 때가 되면 다시 자기가 태어난 강, 즉 모천(母川)으로 되돌아와서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안도현 작가의 교훈적이고 아름다운 동화 같은 소설 <연어>는 ‘은빛연어’ 한 마리가 동료들과 함께 머나먼 모천으로 회귀하는 여행길에서 고난을 겪으며 성장해가고, 삶의 의미와 존재 이유를 깨닫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은빛연어 이야기를 통해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쉬움'보다는 어려운 길을 선택한 뒤 얻게 될 가치를 곱씹어보게끔 하고 있다.

 

 

&lt;연어&gt; 책표지
<연어> 안도현 지음, 문학동네 펴냄

 

 

<연어> 줄거리

 

- 누나연어를 잃다

 

주인공 ‘은빛연어’는 다른 연어들처럼 등이 검푸른 바닷물을 닮지 않고 온몸이 은빛 비늘로 덮여 있어 동무들에게 ’별종‘으로 불리며 놀림을 받는다.

 

연어 무리의 지도자 턱큰연어는 은빛연어에게 적들의 눈에 잘 띌 위험이 있으니 무리의 한가운데서 헤엄치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은빛연어는 이 상황을 답답해하며 자유롭게 바닷속을 누비며 다니고 싶어한다.

 

은빛연어가 강을 떠날 때부터 늘 곁에서 함께 헤엄치던 누나연어는 점점 외톨박이가 되어가는 동생을 걱정하며 말상대가 되어준다.

 

그러던 어느 날 물수리가 유별난 빛깔의 연어를 보고 낚아채려는 순간 누나연어가 대신 물수리의 밥이 된다. 누나연어의 희생으로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은빛연어는 슬픔을 느끼며 이 세상에서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삶이란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삶이란 그래도 견뎌야 하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 눈맑은연어를 만나다

 

햇볕이 무척 맑은 날, 은빛연어가 혼자 물가 가까이 갔을 때 불곰이 은빛연어를 노리고 내리치려는 순간, ‘눈맑은연어’가 피하라고 소리치며 은빛연어를 꼬리지느러미로 떠밀었다.

 

은빛연어는 무사했지만 눈맑은연어의 등지러미가 찢어져서 피가 흘러내렸다. 걱정하는 은빛연어에게 눈맑은연어는 “네가 아프지 않으면 나도 아프지 않은거야.”라고 말하면서 떠난다.

 

둘의 만남은 잠시뿐이었고 한동안 둘은 서로를 볼 수 가 없었다. 은빛연어는 눈맑은연어가 보고 싶을 때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

 

눈맑은연어에 대한 생각을 지워보려고 가장 깊은 곳까지 잠수해 들어가 보기도 했지만, 은빛연어의 눈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또 별들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저 별빛은 내가 그녀에게 보내는 신호인지도 몰라. 그녀하고 나하고만 아는 마음이 별빛이 되어 빛나고 있는 건지도 몰라.‘

그러면 밤하늘의 별들은 자꾸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라면서 깜박거리는 것이다. 보고 싶다, 라는 말보다 더 간절한 말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은빛연어는 생각한다.

(본문 중에서)

 

 

- 초록강 입구에서 눈맑은연어를 다시 만나다

 

어느덧 연어 무리는 초록강 입구까지 왔다. 은빛연어는 여태껏 맡아보지 못한 이상한 냄새가 나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곳에서 눈맑은연어를 다시 만나게 된다.

 

눈맑은연어는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은빛연어에게 호감을 느끼고 먼저 다가간다. 그리고 은빛연어와 함께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로 한다.

 

“그건 마음의 눈으로 나를 보았기 때문일 거야.

마음의 눈으로 보면 온 세상이 아름답거든.”

(본문 중에서)

 

초록강 입구에 도착했을 때부터 은빛연어는 몸에 발그레한 분홍색이 감돌기 시작했고, 눈맑은 연어는 몸이 점점 붉게 물들어가고 배는 알을 품고 있어서 부풀어 올랐다.

 

눈맑은연어가 몸이 붉게 물드는 것은 어른이 되었다는 뜻이고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할 때가 된 거라고 말하자, 은빛연어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어른이 되면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혼을 하면 상류에 알을 낳는 것이 연어들이 살아가는 이유라는 눈맑은연어의 말에 은빛연어는 죽음의 고비를 숱하게 넘기면서 살아남은 이유가 고작 알을 낳기 위해서라는 것에 수긍하지 못했다.

 

"왜 우리는 거슬러 오르는 거지요?“

"거슬러 오른다는 것은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간다는 뜻이지. 꿈이랄까, 희망 같은 거 말이야. 힘겹지만 아름다운 일이란다."

(본문 중에서)

 

 

- 초록강이 들려준 은빛연어 아버지 이야기

 

초록강을 거슬러 오르며 은빛연어는 초록강으로부터 자신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가슴 뭉클해진다.

 

은빛연어의 아버지 역시 온몸이 은빛비늘로 빛났으며 연어 무리의 지도자였다. 은빛연어의 아버지는 연어들에겐 연어들의 길이 있고, 폭포란 연어들이 반드시 넘어야 하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편한 길로 가는 것을 좋아할수록 차츰 도태되어 가고, 그렇게 길들여지다 보면 먼 훗날 폭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연어는 한 마리도 남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당당하 연어의 길을 간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은빛연어는 더 이상 자신의 은빛비늘이 창피하지 않았다. 또한 초록강과의 대화를 통해 삶의 이유와 존재의 의미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이유 없는 삶이 있을까요?"

"네 말대로 이유 없는 삶이란 없지. 이 세상 어디에도.“

”그럼 아저씨의 삶의 이유는 뭔가요?"

“그건 내가,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그 자체야.”

“존재한다는 게 삶의 이유라고요?”

“그래.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지.”

(본문 중에서)

 

별이 빛나는 것은 어둠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땅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고, 

연어떼가 아름다운 것은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 폭포를 만난 연어들

 

연어 무리는 마지막 장벽인 폭포를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과학자인 빼빼마른연어가 폭포 가장자리에 인간이 연어를 위해 만든 터널을 찾아낸다. 과학자 연어는 그것이 인간의 덫이 아니라 길임을 검증하기 위해 직접 그 터널을 들어갔다가 나온 후 기력이 다해 죽는다.

 

굳이 폭포를 넘어가는 고통을 사서 할 필요가 없다며 많은 연어들이 과학자 연어가 발견한 쉬운 길로 가려고 했다. 그때 은빛연어가 연어들 앞으로 나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쉬운 길은 연어들을 위한 길이 아니며, 연어에게는 폭포를 뛰어넘을 능력이 있으니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지 말자”고 말한다.

 

"우리 연어들이 알을 낳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나도 알아. 하지만 알을 낳고 못 낳고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고 좋은 알을 낳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리가 쉬운 길을 택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새끼들도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할 것이고, 곧 거기에 익숙해지고 말 거야."

(본문 중에서)

"그러나 우리가 폭포를 뛰어넘는다면, 그 뛰어넘는 순간의 고통과 환희를 훗날 알을 깨고 나올 우리 새끼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게 되지 않을까? 우리들이 지금, 여기서 보내고 있는 한순간, 한순간이 먼 훗날 우리 새끼들의 뼈와 살이 되고 옹골진 삶이 되는 건 아닐까? 우리가 쉬운 길 대신에 폭포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뿐이야."

(본문 중에서)

 

은빛연어의 말에 마음이 바뀐 연어들은 "쉬운 길을 가지 않는 연어가 아름다운 연어"라고 생각한다며 폭포 밑으로 모여들었다.

턱큰연어는 몸이 허약한 연어들, 알을 많이 품어 몸이 무거운 연어들과 등굽은연어만 쉬운 터널 길로 올라가라고 말한다.

 

그러는 사이 연어들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앞다퉈 뛰어올랐다. 마침내 폭포를 뛰어넘은 은빛연어는 "연어를 옆에서 볼 줄 아는 착한 인간"이라고 초록강이 알려준 카메라를 든 인간들을 만난다. 그리고 눈맑은연어에게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 말한다.

 

 

- 세상에서 가장 장엄하고 슬픈 풍경

 

은빛연어는 상류로 가는 길에 징검다리를 만난다. 그리고 인간들이 짓밟는데도 징검다리가 즐거워하는 것은 살아가는 이유가 분명해서라는 것을 깨닫는다.

 

”짓밟히지 않으면 내가 살아갈 이유가 없어. 나는 짓밟히면서 발걸음을 옮겨주는 일을 하거든.“

(본문 중에서)

 

징검다리의 존재 이유를 듣고 은빛연어는 그동안 강물 속에 연어가 살고 땅 위에는 연어의 적인 인간이 산다고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본 자신의 태도를 반성했다. 땅은 물을 떠받쳐 주고, 물은 땅을 적셔 주면서 이 세상을 이루고 있다는 조화로운 자연의 섭리를 깨달았다.

 

눈맑은연어는 은빛연어가 그동안 어느 먼 곳을 여행하다가 이제 막 고향으로 돌아온 연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구름과 무지개를 잡으러 떠났다가 이제 한 마리 연어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눈맑은연어는 그의 마음과 방황을 탓하고 싶지는 않았다. 눈꼽만한 희망도 호기심도 없이 살아가는 연어들에 비하면, 은빛연어는 훨씬 아름다운 연어다.

(본문 중에서)

 

그 뒤 상류의 여울에서 산란을 준비한다. 눈맑은연어가 산란터에 수많은 알들을 쏟아내자, 은빛연어는 그 위에 하얀 액체를 흘려보내 알들을 적시기 시작했다. 눈맑은연어와 은빛연어는 입을 딱 벌린 채 나란히 서서 한참을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새끼들에게 옹골진 연어의 삶을 이어주기 위해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초록강으로 돌아와 높은 장벽인 폭포를 뛰어넘고 모든 삶의 에너지를 세상 속에 다시 돌려주고 생을 마감한 것이다.

 

 

<연어> 인상 깊은 구절

 

&lt;연어&gt; 인상 깊은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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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연어&gt; 인상 깊은 구절

 

 

 

▷ 작가 안도현

1961년 경상북도 예천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와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비롯해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간절하게 참 철없이』 등의 시집을 냈다.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냠냠』, 『기러기는 차갑다』 등의 동시집과 『물고기 똥을 눈 아이』, 『고양이의 복수』, 『눈썰매 타는 임금님』 등 여러 권의 동화를 썼다.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는 국내에서 100만 부를 넘긴 베스트셀러로 15개국의 언어로 해외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현재 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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