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시인이 들려주는 모기 이야기
옛날 옛날에 정말 서로 사랑하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젊은 부부는 아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내가 난치병에 걸려 갑작스럽게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남편은 너무나 슬퍼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내의 관 옆에 힘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어떤 도인이 남편을 보고 "100일 동안 매일 아내를 끌어안고 아내에게 너의 따뜻함을 전해주면 그녀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하고 말했습니다. 남편은 도인에게 감사하며 그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웃사람들이 냄새를 참을 수 없어 하여 남편은 뗏목을 만들어 아내를 싣고 떠났습니다. 그러다 강가에서 어떤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할아버지는 남편의 사랑에 감동을 받아 손가락을 깨물어 아내의 입속으로 피 세 방울을 떨어뜨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내의 입이 움직이며 꿈에서 깬 것처럼 천천히 일어났습니다. 할아버지가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이 착한 청년이 당신을 살리려고 피 세 방울을 빌려줬소. 당신이 이 청년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면 그냥 피 세 방울만 돌려주면 되오."
할아버지가 아내의 약속과 맹세를 듣고 둘을 고향으로 데려다 주라고 악어 한 마리를 불러주었습니다. 악어와 반나절 정도 가다가 부부는 작은 가게를 찾아 갔고, 그 가게에는 부자인 상인이 한 명 있었습니다.
상인은 아내에게 예쁜 보석을 선물로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상인의 말을 듣자 마음이 흔들려 그를 따라 그의 배로 갔습니다. 악어는 남편을 등에 태운 뒤 배를 쫒아갔습니다.
남편은 큰 소리로 아내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에게 금 한 봉지를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채워주지 못하겠네요. 이 금을 받고 돌아가요. 그리고 그날처럼 내가 죽었다고 생각해요."
그러자 악어가 "우리 주인님이 남편한테 빚을 돌려주기만 하면 가고 싶은 대로 가도 된답니다." 하고 말하며 피 세 방울을 달라고 했습니다. 아내는 바로 손가락을 찔러 남편에게 피 세 방울을 돌려줬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상인이 여인을 살아나게 하려고 많은 애를 썼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힘겹게 숨을 쉬다가 숨이 끊겨 모기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피가 모자란 모기는 항상 사람의 피를 조금씩 몰래 빨아먹고 산답니다.
베트남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은혜를 모르고 고마움을 모르면 어떻게 되는가를 말하려고 만든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의사인 마종기 시인은 알을 밴 암컷 모기만 피를 빤다고 해서 모기에게도 동정의 마음을 갖게 했는데, 더운 나라에 사는 베트남 사람들은 모기를 많이 미워한 것 같습니다.
- 프레시안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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