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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새해시 모음] 새해맞이 시 ‘새해 다짐’외

by 늘해나 2023.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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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시, 새해를 맞이하는 시 모음

 

섬네일 이미지

 

 

새해 다짐

 

-조미하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말자

내 할 일도 바쁘다

 

안 되는 일 붙잡고

시간 낭비하지 말자

되는 일에 신경 쓰고 열정을 쏟자

 

누굴 탓하는 버릇을 버리자

모두 내 판단에 의한 것

내 탓이다 책임은 나에게 있다

 

복잡하게 살지 말자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을

이것저것 생각하다 머리 쥐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의기소침하지 말자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시간이 해결한다

 

누군가와 오해가 생기면

그 자리서 풀려고 하지 말자

풀리지도 않고 오히려 역효과다

 

살다 보면 내 맘대로

안 되는 거 투성이다

그때마다 절망하면 세상 살맛 안 난다

자기만의 극복 방법을 정해놓으면

쉽게 이겨낼 수 있다

 

 

 

눈 쌓인 억덕위 성당 모습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

 

- 이해인 수녀

 

 

평범하지만

가슴엔 별을 지닌 따뜻함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신뢰와 용기로써 나아가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월의 보름달만큼만 환하고

둥근 마음 나날이 새로 지어먹으며

밝고 맑게 살아가는

‘희망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너무 튀지 않는 빛깔로

누구에게나 친구로 다가서는 이웃

그러면서도 말보다는

행동이 뜨거운 진실로 앞서는

‘사랑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오랜 기다림과 아픔의 열매인

마음의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화해와 용서를 먼저 실천하는

‘평화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날이 그날 같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새롭게 이어지는 고마움이 기도가 되고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아 지루함을 모르는

‘기쁨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창가에 있는 촛불 이미지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 이해인 수녀

 

첫눈, 첫사랑, 첫걸음

첫 약속, 첫 여행, 첫 무대

처음의 것은

늘 신선하고 아름답습니다

순결한 설레임의 기쁨이

숨어 있습니다

 

게으름과 타성의 늪에 빠질 때마다

한없이 뜨겁고 순수했던

우리의 첫 열정을 새롭히며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다시 살게 하십시오

 

새해 첫날

첫 기도가 아름답듯이

우리의 모든 아침은

초인종을 누르며

새로이 찾아오는 고운 첫 손님

 

길 위의 푸른 신호등처럼

희망이 우리를 손짓하고

성당의 종소리처럼

사랑이 우리를 재촉하는 새해 아침

 

 

 

아침 햇살이 들판에 번지느 모습

 

 

새해 새 아침에

 

- 박노해

 

 

새해에는 조금 더

침묵해야겠다

 

눈 내린 대지에 선

벌거벗은 나무들처럼

 

새해에는 조금 더

정직해야겠다

 

눈보라가 닦아놓은

시린 겨울 하늘처럼

 

그 많은 말들과 그 많은 기대로

세상에 새기려 한 대문자들은

눈송이처럼 바닥에 떨어져 내려도

 

보라, 여기 흰 설원의 지평 위에

새 아침의 햇살이 밝아오지 않은가

 

눈물조차 얼어버린 가난한 마음마다

새 아침의 태양 하나 품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세우려 한 빛나는 대문자들은

내 안에 새겨온 빛의 글자로 쓰여지는 것이니

 

새해 새 아침에

희망의 무게만큼 곧은 발자국 새기며

다시, 흰 설원의 아침 햇살로 걸어가야겠다

 

 

 

야생 풀 위에 눈이 쌓인 모습

 

 

새해 첫날

 

- 조희선

 

 

살아온 한 해가 부끄러워

차마

뒤돌아보지 못하고

 

살아갈 한 해도 막막하여

차마

어떻게 살아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그 망설임 사이로

어떻게 아셨는지

그분이 들어오십니다.

 

괜찮다.

나와 함께 가자.

다시 시작해 보려무나.

 

늘, 그렇게 살아온

염치없는 날들이지만

그분은 잔소리조차 없이

그저 주저앉지만 말라고

다독여 주십니다.

 

그 너그러움에 기대어

다시 시작합니다.

새해 첫날.

 

 

 

겨울 언덕 너머로 아침 노을이 퍼진 모습

 

 

덕담

 

- 도종환

 

지난해 첫날 아침에 우리는

희망과 배반에 대해 말했습니다

 

설레임에 대해서만 말해야 하는데

두려움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산맥을 딛고 오르는 뜨겁고 뭉클한

햇덩이 같은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않고

울음처럼 질펀하게 땅을 적시는

산동네에 내리는 눈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오래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느티나무에 쌓이는

아침 까치소리 들었지만

골목길 둔탁하게 밟고 지나가는

불안한 소리에 대해서도

똑같이 귀기울여야 했습니다

 

새해 첫날 아침

우리는 잠시 많은 것을 덮어두고

푸근하고 편안한 말씀만을

나누어야 하는데

아직은 걱정스런 말들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올해도 새해 첫날 아침

절망과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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