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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새해시 모음] 나태주 ‘새해인사’외 3편

by 늘해나 2021.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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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인사

 

- 나태주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을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더 무엇을 바라시겠습니까?

 

 

 

새해

 

- 구상

 

내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새해를 새해로 맞을 수 없다

 

내가 새로워져서 인사를 하면

이웃도 새로워진 얼굴을 하고

 

새로운 내가 되어 거리를 가면

거리도 새로운 모습을 한다

 

지난날의 쓰라림과 괴로움은

오늘의 괴로움과 쓰라림이 아니요

내일도 기쁨과 슬픔이 수놓겠지만

그것은 생활의 율조일 따름이다

 

흰 눈같이 맑아진 내 의식은

이성의 햇발을 받아 번쩍이고

내 심호흡한 가슴엔 사랑이

뜨거운 새 피로 용솟음친다

 

꿈은 나의 충직과 일치하여

나의 줄기찬 노동은 고독을 쫓고

 

하늘을 우러러 소박한 믿음을 가져

기도는 나의 일과의 처음과 끝이다

 

이제 새로운 내가

서슴없이 맞는 새해

나의 생애, 최고의 성실로서

꽃피울 새해여!

 

 

 

새해 아침 행복을 꿈꾸며

 

- 이채

 

새해 아침 우리는

사랑 아닌 것

기쁨 아닌 것

어디에도 없어라

 

찬물로 세수하고

가지런히 앉은 아침이여!

솟아오르는 희망으로

천길바다 속 햇살을 길어 올리네

 

풀 먹인 마음으로

다름질한 생각으로

때때옷 입고

세배하는 아침이여!

말씀마다 뜻 있고

삶의 양식 되니라

한알의 씨앗으로

한해의 꿈을 심는 아침이여!

믿음의 뿌리마다

곧고 반듯한 기도가 되니라

새해 아침 우리는

소망 아닌 것

행복 아닌 것

어디에도 없어라

 

 

 

새해

 

- 피천득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너 나무들 가지를 펴며

하늘로 향하여 서다

 

봄비 꽃을 적시고

불을 뿜는 팔월의 태양

 

거센 한 해의 풍우를 이겨

또 하나의 연륜이 늘리라

 

하늘을 향한 나무들

뿌리는 땅 깊이 박고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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