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 용혜원
1월은 가장 깨끗하게 찾아온다
새로운 시작으로 꿈이 생기고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올해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기대감이 많아진다
올해는 흐르는 강물처럼
살고 싶다
올해는 태양처럼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
올해는 먹구름이 몰려와
비도 종종 내리지만
햇살이 가득한 날들이
많을 것이다
올해는 일한 기쁨이
수북하게 쌓이고
사랑이란 별 하나
가슴에 떨어젔으면 좋겠다
1월의 시
- 이해인
첫 눈 위에
첫 그리움으로
내가 써보는 네 이름
맑고 순한 눈빛의 새한 마리
나뭇가지에서 기침하며
나를 내려다본다
자꾸 쌓이는 눈 속에
네 이름은 고이 묻히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무수히 피어나는 눈꽃 속에
나 혼자 감당 못할
한 방울의 피와 같은 아픔도
눈밭에 다 쏟아 놓고 가라
부디 고운 저 분홍 가슴의
새는 자꾸 나를 재촉하고…
1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인연이 만날 땐 꽃으로 피었다가
인연이 헤어질 땐 낙엽으로 저물지요
오는 사람은 석 달 열흘 오더라도
가는 사람은 하루아침에 가더이다
진달래 아득하고 철새도 떠나버린
이 풍진세상, 앙상한 나뭇가지
새하얀 눈이 내리면
인생 구만리 하늘에서 땅으로
수많은 인연이 머물다간 자리마다
하얗게 피어나는 눈꽃, 눈꽃 송이
덮어주는 저 온기는 사랑의 가슴이요
쌓여가는 저 무게는 그리움의 몸짓이라
오, 당신과 내가
어느 세월
어느 바람으로, 또 만날지 누가 알리오
만나고 헤어지는
인법의 굴레 속에서도, 부디
당신과 나의 아름다운 인연의 향기
처음과 끝이 같았으면 좋겠네
그때, 눈꽃 송이 뜨락에
고운 발자국 하나씩 남기기로 해요
1월
- 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도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의 발성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1월에는
- 목필균
첫차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설레고,
어둠 털어 내려는 조급한 소망으로
벅찬 가슴일 거예요
일기장 펼쳐들고
새롭게 시작할 내 안의 약속,
맞이할 날짜마다 동그라미 치며
할 일 놓치지 않고 살아갈 것을
다짐하기도 하고요
각오만 해놓고
시간만 흘려보낸다고
걱정하지 말아요
올해도 작심삼일,
벌써 끝이 보인다고
실망하지 말아요
1월에는
열 한 달이나 남은
긴 여유가 있다는 것
누구나 약속과 다짐을 하고도
다 지키지 못하고 산다는 것
알고 나면
초조하고 실망스러웠던 시간들이
다 보통의 삶이란 것 찾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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