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 배비트 <트리갭의 샘물>
영원한 삶은 축복일까요? 저주일까요?
누구든 공평하게 한 해가 지나면 나이가 듭니다. 그런데 이런 공평함에서 비켜난 가족이 있어요. 나탈리 배비트의 동화 '트리갭의 샘물'에 등장하는 터크 가족입니다.
트리갭 마을 어귀 숲속 물푸레나무 아래 비밀스러운 샘이 하나 있었어요. 터크 가족은 정착할 곳을 찾다 이 숲에 이르렀고, 시원해 보이는 샘의 물을 마셨지요. 그런데 몇 년이 지나고 나서 가족은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터크 가족은 물론 함께 샘물을 마신 말도 그 후로 전혀 성장하거나 늙지 않는 것이죠. 심지어 독사에 물리거나 나무에서 떨어져도 다치지 않았고 상처가 생겨도 금방 아물었어요. 심한 부상을 입거나 총에 맞아도 죽지 않고 이내 회복됐고요.
말 그대로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존재가 된 터크 가족은 기뻐 날뛰었을까요? 정반대로 터크 가족은 더 이상 평범한 삶을 살 수 없게 되었어요. 친구나 이웃을 사귀어도 그들과 가까이 지낼 수 없었습니다.
늙지 않는 가족의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는 무척 이상해 보였으니까요. 터크의 장남 마일스는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인 남편의 외모에 놀란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버립니다. 결국 터크 가족은 자주 거처를 옮겨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고, 이후엔 가족 모두 뿔뿔이 흩어져 지내야 했어요.
그렇게 수십 년이 흐른 어느 날, 트리갭 숲 주인의 딸인 위니가 숲에서 샘물을 마시던 터크의 아들 제시를 우연히 보게 됩니다. 마침 목이 말랐던 위니가 따라서 샘물을 마시려 하자, 놀란 제시가 다급히 말립니다. 위니가 이유를 묻자 터크 가족은 샘물의 비밀을 위니에게 알려 주지요.
비밀을 알고 놀란 위니에게 제시는 더 놀라운 제안을 합니다. 열일곱 살이 되면 샘물을 마시고 자신과 함께 세상 곳곳의 즐거운 일들을 평생 경험하자는 것이었어요.
과연 위니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늙거나 죽지 않는 것은 많은 사람이 바라는 것입니다. 의학의 발전으로 기대 수명도 점점 늘어나고 있죠. 하지만 터크는 "변하지 않는 사람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길가의 돌멩이와 다름없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움직이고 변하고 자라며 결국에는 죽어 없어져 새로 자라는 생명에 자리를 내어 주는 것이 자연의 올바른 질서라는 뜻이지요.
만약 여러분의 눈앞에 '트리갭의 샘물'이 있다면 그 샘물을 마실 건가요? 지금처럼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로 결정했다면 한정된 시간을 가치 있게 쓸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해 보세요.
- 최영주 한우리독서토론논술 객원연구원
"끝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야.
우리 가족처럼 영원히 사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어.
도무지 말이 안 돼.
어떻게 하면 다시 생명의 수레바퀴에 올라탈 수 있는지
알 수만 있다면 나는 당장에라도 하겠어.
죽는 것 없이는 사는 것도 없어.
(중략)
우리 가족은 그저 있는 거야.
길가에 놓인 돌멩이처럼 그저 존재할 뿐이야."
- 나탈리 배비트의 <트리갭의 샘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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