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레시피/외국문학

사뮈엘 베케트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

by 늘해나 2020. 12. 30.
728x90
반응형

기다림과 희망  <고도를 기다리며>

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1962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사뮈엘 베케트는 아일랜드의 더블린 근교 폭스락에서 태어났다. 영국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한 후 모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다가 38년 파리로 이주해 살면서 소설과 희곡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1949년에 출간하고 1953년 파리에서 무대에 처음 올린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En Attendant Godot)>에서 베케트는 인간 존재의 부조리한 본질을 다룬 실험극을 선보였다.

 

베케트가 <고도를 기다리며>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기다림’의 의미에 관한 것이다. 이 연극에는 블라디미르(디디)와 에스트라공(고고)이라는 두 떠돌이가 등장하는데 그들은 연극이 끝날 때까지 '고도(Godot)'라는 인물을 간절히 기다린다. 기다림이라는 인간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연극은 형식이 매우 실험적임에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그 무엇이 있다. 이제 이 작품의 줄거리를 요약해 본다.

 

◈ 작품 줄거리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한 장면.

[제1막] 

디디와 고고라는 두 방랑자가 앙상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시골길에서 만나 자신들의 인생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도라는 사람을 기다린다.

 

얼마 후 포조와 럭키가 등장한다. 포조는 지주 자본가이며, 럭키는 그의 노예이다. 럭키는 포승줄에 묶여 주인인 포조가 이끄는 대로 끌려가다가 가끔 포조로부터 채찍을 맞고 운다. 디디와 고고는 ‘노예도 사람인데 이렇게 다룰 수가 있느냐’고 못마땅해하지만 말은 못한다. 세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나눈 뒤 포조와 그의 노예는 떠나고 디디와 고고 둘만 무대에 남는다.

 

날이 저물 무렵 한 소년이 등장해 “고도는 오늘 오지 않는다”는 짤막한 말을 전한다. 소년이 떠나자 곧 밤이 됐고, 그들은 자살을 이야기 하지만 이내 아무 소용없다고 포기한다. 두 사람은 고도가 내일 온다고 했으니 내일 보기로 하고 “가자”고 말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무대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제2막] 

디디와 고고는 다시 시골길에 서 있다. 어제와 달라진 것은 나무가 잎으로 덮여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고도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대해서 갑론을박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얼마 후 포조와 럭키가 등장하는데, 포조는 장님이 되어 있다. 럭키는 포승줄에 묶여 앞장서고 눈먼 포조가 줄을 잡고 걷다가 럭키와 포조는 서로 부딪혀 땅바닥에 쓰러지고 짐도 내팽개쳐진다. 포조는 디디와 고고에게 일으켜 달라고 하지만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거절한다. 포조는 돈을 줄 테니 살려 달라고 애원한다. 결국 두 사람은 포조를 일으켜 세웠고 그는 벙어리가 된 럭키가 끄는 포승줄을 잡고 뒤에서 조심스레 따라가며 퇴장한다.

 

그 후 디디와 고고는 고도를 기다리는 것에 대해 다시 토론을 벌인다. 이때 한 소년이 등장한다. 어제와는 다른 소년이다. 그는 "고도가 오늘 오지 않는다"는 말을 전한다. 소년이 떠난 후에 두 사람은 내일 또 여기에 와야 하는지, 오늘은 어디로 갈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결론은 없다.

 

두 사람은 내일 나무에 목을 매달고 있으면 고도가 와서 구원해 주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떠나기로 한다. 그러나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 서 있다. 이렇게 연극은 끝이 난다.

 

◈ 두사람이 기다리는 ‘고도’는 오지 않았다

 

독일의 철학자 사프란스키는 기다림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시간이 확정된 상태에서의 기다림, 둘째는 막연한 기다림이다.

 

전자의 경우, 약속된 시간에 상대방이 나타나지 않으면 기다리는 사람은 분노, 실망 그리고 굴욕감을 느끼며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만남을 통해 얻고자 한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속한 만남이 아니고 막연히 누군가가 왔으면 하는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는 경우에 사람들은 분노, 실망, 굴종과 같은 것을 느끼지 않는다. 기다린다고 해서 목적하는 바가 이루어진다는 확실한 보장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내하고 기다리는 것은 그 기다림의 힘든 과정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반드시 불편하거나 싫은 일만은 아니다. 자신이 고대하는 것, 기대하는 것이 이제 곧 이루어지거나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희망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행복하게 해 준다. ‘기다림의 미학’은 이런 인간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공허한 기다림이 인간이 처한 기본적 상황이라는 메시지를 던져 준다. 두 방랑자는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대상을 모르며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있다. 이러한 인간 상황의 민낯을 지적했기 때문에 <고도를 기다리며>는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작품에는 화려하고 분주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현대인들은 실상 블라디미르가 말한 것처럼 ‘시간이 썩도록 팽개치고 있다가 잠시 후에 모든 것이 사라지고 또다시 고독의 한가운데 남게 되는 존재들’일지도 모른다는 패러디가 담겨 있다.

 

- [중앙SUNDAY, 김성국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한 장면.

 

고도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 책을 번역한 역자의 해석에 따르면, <고도를 기다리며>는 2차 세계 대전 중에 비점령 지역인 남프랑스 보클루즈의 농가에 피신해 숨어 살며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작가 자신의 상황을 인간의 삶 속에 내재된 보편적인 기다림으로 작품화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작가는 참혹한 2차대전을 겪으며, 전쟁이 없는 세계를 기다렸을까? 아니면 이 비참하고 부조리한 세계를 뒤로한 채 죽음을 기다렸던 것일까? <고도를 기다리며>가 미국에서 초연됐을 때, 연극을 본 관객들과 언론들은 그 해답을 찾으려고 열을 올렸고, 고도가 누구냐는 연출자의 질문에 베케트는 "내가 그걸 알았더라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  [오마이뉴스 박효정 기자]

 

◈ 작품 속의 명문장

 

"고도를 기다려야지."

고도를 기다리는 동안 에스트라공은 계속해서 떠나자고 한다. 그럴 때마다 블라디미르는 이렇게 말하며 고도를 기다려야 함을 강조한다. 이 대사는 작품에서 계속해서 여러 번 나타나는데 이를 통해 베케트는 이들이 고도를 기다리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우리 당장 목이나 매자."

에스트라공이 하는 대사이다. 고도를 기다리는 일이 힘겨운 에스트라공은 자살을 통해 현실의 고통을 벗어나려고 한다.

 

 

"아무도 오지도 가지도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정말 끔찍해."

에스트라공이 하는 대사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세상의 눈물의 양은 정해져 있지.
누군가 울기 시작하면 다른 누군가는 울음을 멈추겠지.
웃음도 마찬가지야."

포조가 하는 대사이다. 인간에게 자신이 한 행동의 대가로 고통이나 즐거움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 원리에 의해 무작위 적으로 주어진다는 의미이다. 인간이 처한 부조리한 상황을 상징한다.

 

 

"우리는 인간이요."

2막에서 장님이 된 포조가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에게 누구냐고 묻자 블라디미르가 하는 대사이다. 이를 통해 베케트는 끊임없이 고도를 기다리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곧 인간의 근본적인 삶임을 나타낸다.

 

 

"산모는 무덤에 앉아 출산을 하고
빛은 잠시 동안 비추고
곧 다시 밤이 오지."

포조가 하는 대사로 산모가 무덤에 앉아 출산을 한다는 것은 태어나자마자 죽게 된다는 것으로, 찰나와 같은 인간 삶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습관은 우리의 모든 이성을 무디게 하지."

블라디미르가 하는 대사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고도를 기다리는 행위가 반복적인 것으로로 인해 일종의 습관이 되어버렸음을 의미한다.

 

- [네이버 지식백과]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아일랜드문학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