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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인생시] 이어령 시인 ‘정말 그럴 때가’

by 늘해나 2024.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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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럴 때가

 

- 이어령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누가 "괜찮니"라고 말을 걸어도

금세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노엽고 외로운 때가 있을 겁니다

 

내 신발 옆에 벗어놓았던 작은 신발들

내 편지봉투에 적은 수신인들의 이름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이던 말소리들은

지금 모두 다 어디 있는가

아니 정말 그런 것들이 있기라도 했었던가

 

그런 때에는 연필 한 자루

잘 깎아 글을 씁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손톱에 대하여

문득 발견한 묵은 흉터에 대하여

떨어진 단추에 대하여

빗방울에 대하여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시 구절 들어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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