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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정말 나의 힘일까 - 염소와 당나귀 이야기

by 늘해나 2024.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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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정말 나의 힘일까? 

 

염소와 당나귀 이야기

 

어떤 사람이 염소와 당나귀를 길렀습니다. 똑같은 짐승이지만, 그는 당나귀를 더 애지중지했습니다. 염소는 해가 저물 때만 우리에 두고 해가 뜨면 들판에 풀어둔 채 나뭇잎과 풀을 알아서 뜯어 먹고 살아가게 했습니다. 이에 반해 당나귀에게는 콩과 배추를 섞어 푹 삶은 맛깔난 채소죽을 먹이는가 하면 달콤하고 아삭아삭한 당근을 먹이로 주기도 했습니다.

 

주인의 관점에서 보면 다 같은 짐승이 아니었습니다. 젖을 짜 먹을 수도 없는 숫염소는 방목하며 키우다가 나중에 식용으로밖에 쓸 수 없던 반면, 당나귀는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맷돌을 돌릴 때 그리고 먼 길을 갈 때 교통수단으로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농사일에도 매우 중요한 몫을 담당했죠. 당연히 잘 먹이고 귀하게 대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염소는 주인이 못마땅했고, 특별 대우를 받는 당나귀에게 질투심이 일었습니다.

어느 날 당나귀와 함께 있게 된 염소가 조용히 다가가 말했습니다.

 

“주인님이 왜 너에게만 유독 잘해주는지 아니?”

 

당나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건 너를 조금이라도 더 부려 먹으려고 그러는 거야. 잘해주고 많이 먹인 다음 그만큼 고된 일을 시키려는 거지. 네가 하는 일을 생각해 봐. 커다란 맷돌을 돌리거나 사람을 태우고 먼 길을 가거나 무거운 짐을 잔뜩 싣고 나르는 일을 하잖아? 그게 얼마나 뼛골 빠지는 일이냐? 너는 지금 벌을 받는 거야. 나를 봐. 일도 안 하고 얼마나 자유롭게 살고 있냐?”

 

생각해 보니 염소 말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당나귀는 갑자기 염소가 부러워졌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염소는 당나귀에게 좋은 꾀를 알려주었습니다.

 

“주인님이 일을 시키면 하는 척하다가 발작을 일으키면서 구덩이로 떨어지는 거야. 많이 다치지 않게 상처만 날 정도면 돼. 그런 다음 편히 누워서 먹고 자고 푹 쉬면 되는 거지.”

 

당나귀는 염소가 알려준 대로 주인이 시킨 일을 하던 중 일부러 구덩이로 굴러떨어졌습니다. 약간 상처만 생길 정도로 다치려 했으나 의외로 큰 부상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깜짝 놀란 주인은 당나귀를 따뜻한 자리가 깔린 외양간에 눕히고는 수의사를 불러왔습니다. 주인의 부탁을 받은 수의사는 정성껏 당나귀를 치료한 뒤 돌아가며 주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염소의 허파를 달여 먹이면 당나귀가 더 빨리 나을 수 있을 겁니다.”

 

주인은 즉시 염소를 잡아 허파를 달여 당나귀에게 먹였습니다. 예정보다 좀 일찍 염소를 잡아먹는 게 아쉽긴 했지만, 주인에게는 염소보다 당나귀가 훨씬 더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염소는 주인에게 잡혀 허파를 내주기 위해 끌려가면서 슬피 울며 소리쳤습니다.

 

“질투에 눈이 멀어 내 무덤을 내가 팠구나. 분수에 맞게 살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염소와 당나귀

 

 

질투는 나의 힘?

 

다른 사람이 나보다 잘되거나 더 나은 상황에 놓이는 것 등을 미워하면서 깎아내리려 하는 것을 질투라고 합니다.

 

학교 다닐 때 과히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친구가 나보다 월급을 훨씬 더 많이 받는 좋은 직장에 다닌다든지, 별로 뛰어난 면모가 보이지 않는 입사 동기가 나보다 먼저 진급을 한다든지, 그다지 매력적인 게 없는 듯한 친구가 빼어난 미인을 만나 나보다 앞서 결혼한다는지 하면 축하하는 마음보다는 자신과 비교하면서 속상한 마음이 생기고 급기야 상대방이 얄밉고 미워지기까지 합니다. 이런 게 바로 질투심입니다.

 

그러나 질투심이 단순히 부러움 혹은 속상함의 단계를 뛰어넘어 과도한 증오나 적개심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질투는 비교에서 옵니다. 자꾸 나와 가족, 친구, 동료, 이웃을 비교합니다. 심지어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와도 비교합니다. 그렇게 비교하려 들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세상에 유일무이한 존재인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합니다. 내가 나를 지극히 사랑해야 남들도 나를 인정하고 나도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질투심의 노예가 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자꾸만 의심하면서 질투의 화신이 되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노력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공부도 좋고 운동도 좋고 취미생활도 좋습니다. 나를 성장 발전시키면서 자긍심을 갖게 되면 주변에서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욱 사랑받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인정받는 것도 사랑받는 것도 노력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신세 한탄하면서 현실에 머무는 사람을 끝까지 믿고 인정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질투는 나의 힘일까요? 힘이 될 수 있을까요?

 

질투가 긍정적 에너지가 될지 부정적 에너지가 될지, 내 삶의 자양분이 될지 독극물이 될지는 결국 나에게 달려있습니다. 질투가 희망의 내용이어서는 곤란합니다. 희망의 내용은 사랑, 용기, 격려, 배려, 인정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희망이 행복을 가져다줄 겁니다.

 

염소는 당나귀처럼 힘들게 일하지 않고 들로 산으로 자유롭게 다니며 마음껏 풀을 뜯어 먹고 살았습니다. 자신이 당나귀보다 불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염소는 자기가 가진 것은 보지 않고 당나귀가 가진 것만 봤습니다. 좋은 외양간에서 맛있는 먹이를 먹으며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게 한없이 부러웠죠. 그래서 질투심이 생겨났습니다.

 

얕은꾀를 부려 당나귀와 주인을 골탕 먹이려던 염소는 오히려 자신이 치명적인 화를 당하게 됩니다.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자신의 환경에 자족하며 살았더라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던 비극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이 꼭 이 우화 같은지도 모릅니다. 만약 제가 우화 속 염소였다면 당나귀에게 슬며시 다가가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들판에 가면 맛있는 풀과 나뭇잎들이 참 많아. 내가 그걸 좀 가져다줄 테니 너도 주인님이 주시는 채소죽이나 당근 같은 거 좀 남겨뒀다 줄래? 서로 나눠 먹으면 좋잖아? 어때?”

 

- 정신의학신문 <발칙한 이솝 우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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