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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예술공간/영화 이야기

마음을 어루만지는 음식 치유 영화 ‘리틀 포레스트’외 4편

by 늘해나 2023.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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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어루만지는 음식 치유 영화 5편

 

〈리틀 포레스트〉 영화포스터
〈리틀 포레스트〉 2018년 개봉

 

〈리틀 포레스트〉

나만의 속도대로 살 수 있는 곳

 

음식의 치유력을 논할 때 이 영화를 빼놓을 수 있을까. 임순례 감독, 김태리 주연의 〈리틀 포레스트〉는 현기증 나는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에게 숨구멍 같은 영화다.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쓴 동명의 일본 소설이 원작으로, ‘나만의 작은 숲’은 과연 무엇인지 화두를 던진다. 김태리의 고향 친구로 함께 등장하는 류준열·진기주의 호연도 영화의 묘미. 영화의전당 관객 선정 2018년 최고의 한국 영화 1위, 한국영상자료원 2018년 한국 영화 1위에 올랐다.

 

연애, 시험, 취업 등 어느 하나 만만치 않은 도시의 삶을 뒤로하고 무작정 고향으로 내려온 혜원(김태리 분). “나 배고파서 왔어”라는 혜원의 말은 단순히 물리적 허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리틀 포레스트〉 영화 한 장면
〈리틀 포레스트〉 영화 한 장면

 

쳇바퀴같이 돌아가는 도시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삶의 진공상태, 영혼의 허기를 고백한 말일 테다. 쌀독의 쌀을 박박 긁어 밥을 짓고, 언 땅의 배추를 캐내 배추된장국으로 첫 끼를 해 먹는 혜원의 정주는 예상보다 길어진다. 이른 봄에 내려와 여름과 가을, 겨울까지 사계절을 꽉 채운다.

 

직접 채소를 가꾸고 손질해 밥 한 끼를 해 먹는 일. 뜨끈한 수제비 한 그릇, 오이콩국수 한 대접을 만들기 위해서는 먹는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과 수고로움이 든다. 하지만 혜원은 알아간다. 그 시간은 헤픈 낭비가 아니라 나를 채워가는 시간임을.

 

세끼 밥을 해 먹으며 다시 일어날 힘을 충전한 혜원은 자기만의 리틀 포레스트를 찾아야겠다며 여정을 떠난다. 느린 음식은, 자신을 배태한 고향은 그런 힘이 있다.

 

리틀 포레스트는 자연의 속도대로 살아갈 수 있는 안식처 같은 공간이다. 숲은 정원과 다르다. 정원은 인위적으로 가꾼 공간이지만, 숲은 자연의 속도대로 흐른다. 다양한 생명체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공생하는 공간. 인간이 마음대로 속도를 조절하지 않는 자연의 시간이 자연 그대로 흐르는 공간이다.

 

 

〈초콜릿〉영화 포스터
〈초콜릿〉 2001년 개봉

 

〈초콜릿〉

달달함이라는 도파민

 

경직된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음식의 위력을 말할 때 〈바베트의 만찬〉과 함께 언급되는 영화다. 초콜릿의 달달함이 어떻게 사람의 기분을 해방시키는지 보여준다. 열정 넘치고 사랑스러운 줄리엣 비노쉬와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적인 마력의 조니 뎁의 전성기를 볼 수 있다.

 

프랑스의 보수적인 마을. 종교적 규범이 엄격해 억압과 절제가 일상인 이 마을에 이방인 비앙(줄리엣 비노쉬) 모녀가 찾아들어 초콜릿 가게를 차린다.

 

〈초콜릿〉 영화 한 장면
〈초콜릿〉 영화 한 장면

 

무뚝뚝한 사람들로 가득한 마을에 들어선 초콜릿 가게는 이질감 자체였다. 하지만 한없이 다정한 비앙의 태도에 사람들은 하나둘 경계를 허물고 그가 만드는 초콜릿을 먹으며 미소를 찾아간다.

 

그의 초콜릿은 치유력을 지녔다. 손님의 사연을 듣고 그에 맞는 일종의 ‘처방전 초콜릿’을 건네는데, 신기하게도 그의 초콜릿을 먹은 사람들은 행복해진다. 꼬였던 관계가 풀리고, 부부 사이가 좋아지고, 위기를 맞은 연인이 다시 사랑에 빠지며, 사랑을 애타게 찾던 할아버지는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

 

하지만 금욕주의의 화신인 시장 레노는 자유분방해 보이는 비앙이 맘에 들지 않아 쫓아낼 궁리를 한다. 초콜릿 가게에 들어와 초콜릿을 부수다 얼굴에 튄 초콜릿을 맛보게 된 레노 시장. 태어나 처음 ‘달콤함의 행복’을 맛본 그는 바로 무장 해제돼버린다. 허겁지겁 초콜릿을 먹고 그 치유력을 느끼면서 비앙과 화해를 한다.

 

초콜릿에는 선악과 같은 면이 있다. 한번 맛보면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초콜릿은 단순히 기분을 좋게 하는 음식의 의미를 넘어선다. 머무름과 틀, 고정관념과 편견, 억제와 절제의 정반대에 있는 가치에 상응한다. 말하자면 초콜릿은 사랑이자 열정이며 도전이자 자유고 용기의 메타포다.

 

 

〈바베트의 만찬〉 영화 포스터
〈바베트의 만찬〉 1996년 개봉

 

〈바베트의 만찬〉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위대한 만찬

 

국내에서 오래전에 개봉한 영화이지만 여전히 요리 영화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음식이 어떻게 얼어붙은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지 뛰어난 연출력으로 보여준다. 덴마크의 작은 마을에 프랑스 천재 요리사 바베트라는 여성이 오면서 생기는 마을의 변화를 지켜보는 감동이 상당하다.

 

아름다운 자매 마티나와 필리파. 목사 아버지를 둔 자매는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청교도적 삶을 이어간다. 그런 자매의 집에 프랑스 내전으로 가족을 잃은 바베트가 얹혀살게 되면서 삶의 결이 달라진다.

 

음식을 그저 연명의 수단으로 여기던 그들은 바베트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의 마력에 눈을 떠간다.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 친절한 바베트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픈 곳이 낫기도 한다.

 

〈바베트의 만찬〉 영화 한 장면
〈바베트의 만찬〉 영화 한 장면

 

복권에 당첨돼 거액이 생긴 바베트는 그 돈으로 마을사람 열두 명을 위한 만찬을 차리기로 한다. 살아 있는 거북, 메추라기, 와인, 은접시 등 귀한 식재료와 화려한 식기를 며칠 동안 정성을 다해 준비하고, 드디어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정성이 가득한 요리를 맛본 사람들은 점점 다른 존재가 되어간다. 딱딱하게 굳어 있던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원수지간이던 이웃이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눈다. 급기야 만찬이 끝난 후, 서로를 다정하게 안아준다. 음식의 위력이다. 좋은 음식은 사람을 순하게 만든다.

 

 

〈앙 : 단팥 인생 이야기〉 영화 포스터
〈앙 : 단팥 인생 이야기〉 2015년 개봉

 

 

〈앙 : 단팥 인생 이야기〉

팥이 살아온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

 

앙꼬가 만들어지는 시간에 빗대어 삶의 지혜를 말한다. 〈너를 보내는 숲〉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영화이다. 〈도쿄 타워〉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등에서 열연을 펼친 키키 키린의 농익은 연기가 묵직한 울림을 안긴다.

 

일본 전통빵 도라야키 가게를 운영하는 센타로 사장, 나병에 걸려 격리시설에서 생활하며 단팥소 장인이 된 도쿠에 할머니, 철없는 엄마로 인해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중학생 와카나, 이 셋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센타로 사장은 단 한 번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삶의 의욕을 잃은 채 살아간다. 팥 앙꼬가 도라야키 맛의 핵심임에도 시판 팥을 쓰는 것만 봐도 그렇다. 우연히 도쿠에 할머니가 센타로 사장의 가게에 취업하고, 한번 먹으면 잊을 수 없는 기막힌 팥소를 만들어내는 할머니 덕분에 가게는 줄 서는 핫플이 된다.

 

〈앙 : 단팥 인생 이야기〉 영화 한 장면
〈앙 : 단팥 인생 이야기〉 영화 한 장면

 

영화의 핵심 장면은 할머니가 센타로에게 팥소 만드는 법을 전수해주는 과정. 삶의 지혜를 알려주듯 혜안과 연륜으로 깨친 자신만의 비결을 전수한다. 잘 영근 팥을 골라, 불순물과 쭉정이를 골라내고, 하나하나 보살피는 손길로 씻어낸 후 정성스럽게 삶아낸다. 불 조절 과정에서 한 할머니의 대사가 압권이다.

 

“단팥을 만들 때 나는 항상 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그것은 팥이 봐왔을 비 오는 날과 맑은 날들을 상상하는 일이지. 어떠한 바람 속에서 팥이 여기까지 왔는지, 팥의 긴 여행 이야기를 듣는 일이야.”

 

이후 사소한 오해와 헛소문 등으로 슬픈 일들이 생기지만, 센타로와 할머니, 와카나 셋은 인생의 진실과 소소한 행복을 깨달아간다. “아무 잘못 하지 않고 살아가도 타인을 이해하지 않는 세상에 짓밟힐 때가 있어”라는 도쿠에 할머니의 말이 여운을 남긴다.

 

 

 

〈카모메 식당〉 영화 포스터
〈카모메 식당〉 2007년 개봉

 

〈카모메 식당〉

동네 밥집의 힘

 

“여긴 레스토랑이 아니라 동네 식당이에요. 근처를 지나가다 가볍게 들어와 허기를 채우는 곳이죠.”

 

식당 주인 사치에의 철학이다. 레스토랑이 화려한 상차림을 추구한다면, 동네 식당은 집밥 같은 편안함을 안긴다. 격식 차리고 가는 곳이 아니라, 일상 차림으로 와도 편안하게 품어주는 공간 말이다.

 

영화의 배경은 핀란드 헬싱키. 식당 이름 ‘카모메’는 일본어로 갈매기라는 뜻이다. 핀란드에는 살찐 갈매기가 많은데, 사치에는 음식을 맛있게 먹어 뚱뚱해진 핀란드의 갈매기를 사랑한다.

 

밥과 연어구이, 돈가스와 닭튀김, 주먹밥이 전부인 작은 식당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어디든 떠나고 싶어 세계지도를 펼친 후 아무 데나 찍어서 핀란드에 오게 됐다는 미도리, 오랫동안 병시중을 들던 부모가 죽자 족쇄가 풀리는 한편으로 생의 의미 또한 잃어버렸다는 마사코, 남편이 도망가서 싱글이 되어버린 리이사, 일본 문화에 관심 많은 핀란드 소년 토미 등. 저마다 생의 무게를 짊어진 사람들은 이곳에서 집밥 같은 음식을 함께 만들고 먹으면서 삶을 이어갈 힘을 얻는다.

 

〈카모메 식당〉 영화 한 장면
〈카모메 식당〉 영화 한 장면

 

일본식 삼각김밥 ‘오니기리’는 가장 평범한 음식이 가장 감동스러운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누구나 특별한 시간과 공간을 꿈꾸지만, 알고 보면 평범한 일상을 지내면서 편안한 사람들과 함께 먹는 집밥만큼 행복한 순간은 없다는 걸 영화는 뭉근하게 말한다.

 

무레 요코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데, 특이하게도 영화감독이 이 주제의 소설을 써달라고 원작자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tvN 예능 〈윤식당〉 콘셉트에 영향을 준 영화이기도 하다.

 

-  <topclass> 2023년 11월호에서 발췌

 

 

 

 

'맛'을 표현하는 순우리말

단맛을 표현하는 우리말 감미롭다 : 맛이 달거나 달콤하다 달곰하다 : 감칠맛이 있게 달다 달곰삼삼하다 : 맛이 조금 달고 싱거운 듯 하면서도 맛있다 달곰새금하다 : 단맛이 나면서 조금 신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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