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근찬 <수난이대> 줄거리와 작품해설
■ 등장인물
• 박만도
아버지. 일제강점기 때 강제 징용에 끌려갔다가 왼팔을 잃고 외팔이 신세가 되지만, 일제에 대한 분노나 원망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는 인물이다. 고통과 수난을 받아들이고 극복해 내려는 긍정적인이고 의지가 강한 성격을 갖고 있다.
• 박진수
아들. 6.25 전쟁 때 징집되어 전쟁터에 나갔다가 한쪽 다리를 잃고 돌아온다. 순하고 여린 심성을 가졌으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현실에 순응하고 삶에 대한 의지를 갖는 인물이다.
■ 줄거리
• 아들이 전쟁터에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마중 나가는 만도
박만도는 3대 독자인 아들 진수가 전쟁터에서 돌아온다는 통지를 받고 마음이 들떠서, 일찍이 정거장으로 나갔다. 아들이 병원에서 나온다는 말에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기는 했으나, 설마 자기처럼 되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하며 한쪽 팔이 없는 자신의 모양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팔이 없는 왼쪽 소맷자락을 항상 조끼 주머니에 꽂고 다녔다.
그는 외나무다리가 놓여있는 개천에 다다르자, 언젠가 술에 취해서 외나무다리를 건너다가 물에 빠져 옷을 말리던 도중 한쪽 팔 없는 자신의 모습이 창피해 사람들이 지나가면 물속에 들어가 얼굴만 내놓고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 만도가 한쪽 팔을 잃어버렸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다
역전으로 향하던 만도는 아들을 위해 고등어도 한 손(2마리) 샀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10시 40분, 점심 때쯤 온다고 했으니 시간은 아직도 한 시간이나 넘게 남았다.
그는 대합실로 들어가 기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자신이 바로 이 대합실을 통해서 예전에 강제 징용을 가던 일을 회상했다. 그게 벌써 지금부터 12, 3년 전의 일이었다.
그는 기차를 탄 후 다시 배를 타고 도착한 남양의 어떤 섬에서 산을 허물어내고 흙을 나르며 비행장을 닦는 일을 해야 했다.
그곳에서 허기와 무더위 그리고 강제 노동에 시달리던 어느 날, 그가 다이너마이트 장치를 끝내고 굴 밖으로 뛰어나가려는데, 연합군의 공습이 시작되었다. 순간 그는 굴 바닥에 엎드릴 수밖에 없었고 ‘꽝’하는 다이너마이트 폭음에 정신을 잃고 깨었을 때는 팔뚝 하나를 잃은 뒤였다.
• 한쪽 다리를 잃고 돌아온 아들을 보며 분노하다
기차가 들어오는 소리에 회상을 멈춘 만도는 서둘러 기차 앞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아들의 모습이 좀처럼 보이지 않자 그는 초조해져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뒤에서 “아부지!”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뒤로 돌아선 순간 그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입이 딱 벌어지고 눈이 무섭도록 크게 떠졌다. 아들은 한쪽 다리가 없어져 빈 바지 자락이 펄럭이고 있었고, 양쪽 겨드랑이에 목발을 집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아들의 모습에 분노를 느낀 그는 “에라이 이놈아!”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실성한 모양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집으로 향한다.
• 다리를 잃은 아들을 위로하다
가는 길에 주막에 들러 만도는 술을 마시고, 진수에게는 국수를 시켜준다. 그는 술로 화난 마음을 달래며 아들을 애처로워한다. 주막을 나와 논두렁길로 접어들자 만도는 자신이 앞섰던 아까와는 달리 진수를 앞세웠다.
진수는 아버지에게 ‘전쟁터에서 수류탄 쪼가리에 맞았는데 얼른 낫지 않고 썩어 들어가서 군의관이 자신의 다리를 절단했다’고 말하며,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살겠느냐고 하소연한다.
이에 만도는 아들을 위로하며 격려한다.
“우째 살긴 뭘 우째 살아? 목숨만 붙어 있으면 다 사는 기다. 그런 소리 하지 말아. 나 봐라! 팔뚝 하나 없어도 잘만 안 사나. 남 봄에 좀 덜 좋아서 그렇지. 살기사 왜 못 살아!”
• 아들을 업고 외나무다리를 건너가다
외나무다리에 이르자 만도는 머뭇거리는 진수에게 등에 업히라고 한다. 진수는 목발과 고등어를 든 두 팔로 아버지의 목줄기를 부둥켜안았다. 아들을 업은 만도는 아직 술기운이 있었으나 용케 몸을 가누며 외나무다리를 조심조심 건너갔다.
팔 하나가 없는 아버지와 다리 한쪽이 없는 아들이 조심스레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있는 모습을 눈앞에 우뚝 솟은 용머리재가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 작품해설
하근찬 작가의 <수난이대>는 일제 강점기 때 강제 징용에 끌려갔다가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 ‘만도’와 6.25 전쟁 때 전쟁터에서 한쪽 다리를 잃고 돌아온 아들 ‘진수’ 이들 부자의 이야기다.
작가는 아버지와 아들, 2대에 걸친 수난을 통해, 우리 근대사의 양대 비극이라 할 수 있는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면서 겪었던 우리 민족의 아픔과 상처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상처와 비극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그것을 극복해 가는 희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작품은 역사가 주는 고통과 피해를 확인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팔과 다리를 잃은 두 부자가 역할 분담으로 현실을 극복하는 가능성을 보임으로써 자신들에게 닥친 비극에 떳떳이 맞서 역사의 시련 극복이라는 주제를 잘 표현하고 있다.
■ 작가 소개
하근찬(1931~2007)
경북 영천 출생. 전주사범학교와 동아대 토목과를 중퇴한 후 수년간 교사 생활과 잡지사 기자를 하였다.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수난이대>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후 70여 편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그의 작품 세계는 주로 6.25의 비극이라는 중심적 주제를 구심점으로 해서 전쟁의 아픔을 형상화하는 한편 농촌의 실상을 파헤쳤다. 대표작으로 <나룻배 이야기> <흰 종이 수염> <일본도> <족제비> <서울 개구리> <내 마음의 풍금> <은장도 이야기> 등이 있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천재학습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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