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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예술공간/영화 이야기

영화 <자산어보> 줄거리와 명대사(결말 포함)

by 늘해나 2023.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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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산어보> 줄거리와 명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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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산어보> 포스터

 

▣ 정약전의 저서 <자산어보>에 대하여

정약전(1758~1816)이 전라남도 흑산도에 유배돼 있을 때 약 14년간 해양생물 155종을 관찰, 분석하고 기록한 <자산어보>는 총 3권으로 이뤄져 있지만, 현재 원본은 없고 정약용의 제자였던 이청이라는 사람이 필사한 것만이 남아 있다.

 

<자산어보>는 단순히 바다에 대한 백과사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선 후기의 실학과 천주교에 바탕을 둔 민본주의를 실천하려 했던 정약전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래서 바다 생물의 생김새, 습성, 분포뿐 아니라 식용 여부, 요리법, 양식법, 약성 등 쓰임새까지 폭넓게 기록되어 있다. 바다 생물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통해 흑산도 어부들뿐만 아니라 많은 백성의 삶을 개선하고자 했던 그의 염원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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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산어보> 한 장면

 

▣ 영화 <자산어보> 줄거리

 

- 유배 길을 떠나는 정약전과 정약용

영화는 형 정약전과 동생 정약용의 유배 길로 시작한다.

 

정약용과 그 형제들을 아꼈던 정조가 세상을 떠나자 순조가 11세의 어린 나이로 즉위한다. 그러자 노론 벽파는 남인 시파에 속했던 정약용 형제들을 천주교를 받아들였다는 이유를 들어 제거하려고 했다.

 

이에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3형제는 의금부로 끌려가 심문을 받은 뒤 정약전과 정약용은 유배를 당하고, 끝까지 신앙을 지켰던 정약종은 참수를 당했다.

 

그러다가 이들의 조카사위인 황사영이 조선에서 천주교 박해가 벌어지고 있음을 알리고 서양 선박과 군대 파견 등을 요청하는 내용의 글을 쓴 것이 발각되면서 정약전은 다시 머나먼 흑산도로, 정약용은 전라도 강진으로 유배 길을 떠나게 된 것이다.

 

 

- 흑산도에서 어부 ‘창대’를 만나다

흑산도에 도착한 정약전은 아래채와 밭이 있는 과부 가거댁의 집에 머물게 된다. 그는 양반 신분으로 교만 부리지 않고, 흑산도로 들어온 때부터 어부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어울렸다. 그리고 글을 읽을 줄 아는 젊은 어부 창대를 알게 된다.

 

창대는 나주 영산포에서 배를 크게 부리는 장 진사라는 양반의 서자로, 어릴 때는 아버지가 가끔 흑산도에 오곤 했지만 지금은 발길이 끊어진 지 오래다.

 

어릴 때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이후에는 출세를 하고 싶어서 글공부를 하던 창대는 섬에 책이 얼마 없는 데다 글공부를 해도 과거를 볼 수 없어서 섬의 다른 주민들처럼 고기잡이나 하고 있는 신세였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정약전은 창대에게 글을 배우러 오라고 하면서 그냥은 가르쳐줄 수 없으니 물고기라도 몇 마리 가져오라고 말한다. 그러나 창대는 정약전이 '사학죄인'이기 때문에 배우지 않겠다고 거절한다.

 

창대는 사백 년을 이어온 주자의 나라에서 임금도 없고 부모도 없고 제사도 안 모신다니 그것이 역적의 생각과 무엇이 다르냐고 했다. “주자는 참 힘이 세구나”라며 정약전은 이 먼 흑산도까지 전해진 주자의 힘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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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산어보> 한 장면

 

- 거래 제안 “내가 아는 지식과 너의 물고기 지식을 바꾸자”

술에 취해 달구경을 하다가 바다에 빠진 정약전은 밤 멸치를 잡으러 가던 창대와 마을 처녀 복례 덕분에 목숨을 구했으나, 그 뒤 음식은 입에도 대지 못하고 누워만 지냈다.

 

정약전은 가거댁이 창대가 잡아다 준 문어와 전복으로 끓인 탕을 먹고 다시 기운을 차린 후, 죽은 사람에게까지 세금을 물리는 것을 따지러 갔다가 곤장을 맞고 관청에 갇힌 창대가 풀려 나오게 도와준다.

 

창대가 물고기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있음을 알게 된 정약전은 물고기 연구에 착수해 어류도감을 내기로 마음먹고 창대에게 제안하지만 거절당한다.

 

이에 정약전은 창대에게 “내가 아는 지식과 너의 물고기 지식을 바꾸자”며 이건 거래지 돕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혼자 머리를 싸매며 공부하던 창대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에게 <대학> 책을 가지고 가 평소 자신이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풀어 달라고 했다. 정약전이 이를 바로 풀어주고 상세한 설명까지 덧붙이자 감탄한 창대는 이제부터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했다.

 

그 뒤 정약전은 창대에게 글을 가르치는 한편 그와 함께 바다에 나가 온갖 해양생물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직접 보고 조사하고 알게 된 내용을 하나하나 기록해 나갔다. 이렇게 <자산어보>를 써 내려갈 때 정약전은 “창대가 이렇게 말했다”로 시작하는 문장을 자주 썼다.

 

 

- 창대, 정약용을 만나고 오다

마을 사람들의 요청으로 서당을 열게 된 정약전은 창대에게 아이들을 가르치게 했다. 그후 복례와 혼인한 창대는 계속해서 물고기 연구와 글공부를 함께 했고, 강진에 있는 정약용을 찾아가 정약전의 서신을 전해 주었다.

 

그곳에서 창대는 정약용의 제자와 시를 지었는데, 정약용은 과연 형만한 아우가 없다며 칭찬한다.

 

그러자 정약용의 제자는 선생으로는 정약전보다 정약용이 더 훌륭하다고 말하며, 같은 유배 생활 중에도 정약용은 200권 가까운 책을 썼는데 정약전은 <송정사의>, <표해시말> 두 권밖에 쓰지 못했다고 했다.

 

흑산도로 돌아간 창대가 정약전에게 “왜 다른 책은 안 쓰느냐”고 묻자 정약전은 자신과 아우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자신이 바라는 것은 양반도 상놈도, 적자도 서자도, 주인도 노비도 없고 임금도 필요 없는 세상인데 그런 책을 썼다간 ‘사학죄인’도 모자라 남은 처자식마저 화를 당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약전은 서학이든 성리학이든 좋은 건 다 가져다 써야 한다면서 창대에게 성리학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나라의 주인이 성리학인지 백성인지를 물었다. 스승의 말에 충격을 받은 창대는 곧 자리를 떠났다.

 

 

 

- 정약전, 창대와 헤어지다

정약전은 유배가 풀리기 전에 우이도(당시 소흑산도)로 거처를 옮기기로 하고, 창대에게 같이 가서 <자산어보>를 마무리하자고 했다. 하지만 창대는 아버지 장 진사의 권유로 과거시험을 보기로 결정하고 정약전에게 하직인사를 한다.

 

정약전은 창대의 뜻이 세상에서 출세하는 데에 있음을 깨닫고 분노한다. 그리고 가거댁과 자식들을 이끌고 우이도로 떠났다. 그런데 오랜 유배 생활 탓에 정약전의 건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었다.

 

한편 스승을 떠난 창대는 소과에 급제해 관직을 얻지만, 부패한 관리들과 백성들의 참혹한 삶을 목격하며 혼란을 겪는다. 그러다가 창대는 이미 죽은 사람과 갓난아기에게까지 군포를 거두는 파렴치한 아전의 행동에 분노해 그의 목을 졸라 죽일 뻔한 일로 옥에 갇힌다.

 

장 진사는 이 일로 자기도 손해를 많이 봤다며 왜 그랬냐고 따지자, 창대는 “배운 대로 못 살면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고 답하며 흑산도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 창대, 다시 흑산도로 돌아가다

정약전은 <자산어보>를 마저 집필하다가 앉은 채로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을 데리고 흑산도로 가던 도중 정약전을 만나기 위해 우이도에 들렀던 창대는 울면서 조문을 하였다.

 

그리고 정약전이 남긴 <자산어보>를 보았는데, 책의 서문이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섬 안에 창대라는 젊은이가 있었다. 성품이 정밀하여 물고기와 해초, 바닷새 등을 모두 세밀히 관찰하고 깊이 생각해 그 성질을 터득하고 있었으므로 그의 말은 믿을 만하였다. 그리고 오랜 시간 그의 도움을 받아 책을 완성하였는데 이름 지어 '자산어보'라고 한다.”

 

이어서 가거댁은 정약전이 창대에게 전해 주라고 한 서신을 전달했다.

 

서신에서 정약전은 '흑산'이라는 이름이 무서웠는데 창대를 만나 함께 지내며 무서움이 없어지고, 유배 길에 잃었던 호기심을 되찾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하여 음험하고 죽은 검은색 '흑산'에서 그윽하고 살아있는 검은색 '자산'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다시 흑산도로 가는 배에서 복례가 자신은 육지보다 흑산이 좋다고 하자 창대는 '흑산이 아니라 자산'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멀리 흑산도가 보이는 바다의 색깔이 파랗게 바뀌며 영화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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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산어보> 한 장면

 

 

▣ 영화 <자산어보> 명대사

“죽어 욕된 것은 만회할 길이 없지만, 살아 욕된 건 살아서 만회할 길이 있네. 버틸 때까지 버텨 보세.”
- 정약전이 정약용에게
“물고기를 알아야 물고기를 잡응께요. 홍어 댕기는 길은 홍어가 알고, 가오리 댕기는 길은 가오리가 앙께요.”
- 창대가 정약전에게
창대 : 아따~ 거 질문 겁나게 많아요잉~​
정약전 : 질문이 곧 공부여 이놈아! 외우기만 하는 공부가 나라를 망쳤어!
"성리학과 서학이 결코 적이 아니다. 함께 가야 할 벗이지. 벗을 깊이 알면 내가 더 깊어진다."
- 정약전이 창대에게
“배운 대로 못살면 생긴 대로 살아야지요.”
- 창대가 아버지에게
“창대야! 나는 ‘흑산’이란 이름이 무서웠다. 네 덕분에 그윽하고 살아있는 검은색 ‘자산’을 발견하게 되었다.”
- 정약전이 창대에게 쓴 편지에서
“학처럼 사는 것도 좋으나 구정물, 흙탕물 다 묻어도 마다않는 자산 같은 검은색 무명천으로 사는 것도 뜻이 있지 않겠느냐.”
- 정약전이 창대에게 쓴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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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산어보> 한 장면

 

 

▣ 영화 <자산어보> 감상

 

흑백영화는 영화가 보여주는 대상에 더 집중하게 해준다. 화려한 색채가 배제되자 인물이 가진 본질이 보인다. 사소한 행동과 대화도 섬세하게 드러난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 <자산어보> 속에서 3번 색을 가진 장면을 보여준다.

 

첫 번째는 창대가 밤바다에서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성리학과 서학이 함께 가야 할 벗이라 말하는 정약전의 뜻을 희미하게 느끼는 장면에서다. 이때 창대의 마음에 빛이 스며들듯 흑백의 밤하늘에 서서히 색이 입혀진다.

 

두 번째는 배운 대로 못사니 생긴 대로 살겠다면서 부패한 아전의 목을 조른 창대가 감옥에 갇혀 정약전의 '파랑새 이야기'를 회상할 때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색이 입혀지는 장면은 영화의 끝에 흑산이 자산으로 변하듯 색채와 풍광이 살아나는 장면이다. 이와 함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영화는 해변의 높은 바위와 밀려오는 파도는 영화 속에서 흑백으로 그려지지만,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연에, 물고기에, 그리고 인물에게 빛이 입혀진다. 마치 정약전이 흑산도의 이름을 '깊숙한 빛이 새어 나오는 자산'으로 바꾸는 과정을 보는 듯하다.

 

민초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고통을 함께한 정약전의 생각과 성리학을 다시 세우려는 창대의 생각이 선명해지고, 두 세계관이 부딪히며 조화를 이루는 우정까지 서서히 드러난다.

 

임금을 섬기고 백성을 이롭게 하려는 정약용과 그보다 먼저 민중의 삶을 바라보고 고통을 함께 하는 정약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진정한 학문의 길을 고민하는 창대가 있었다.

 

* 영화 <자산어보> 감상 부분 : 단비뉴스 ‘미디어비평’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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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산어보>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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