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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정호승 ‘창문’ ‘끝끝내’ ‘꽃이 시드는 동안‘

by 늘해나 2022.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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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의 아름다운 시 모음

 

창문이 열려있는 모습

 

 

창문

 

-정호승

창문은 닫으면 창이 아니라 벽이다

창문은 닫으면 문이 아니라 벽이다

창문이 창이 되기 위해서는

창과 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세상의 모든 창문이

닫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아는 데에 평생이 걸렸다

 

지금까지는

창문을 꼭 닫아야만 밤이 오는 줄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창문을 열었기 때문에

밤하늘에 별이 빛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제 창문을 연다

당신을 향해 창문을 열고 별을 바라본다

창문을 열고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시 내용 일부가 들어가 있는 이미지

 

 

 

끝끝내

 

-정호승

 

헤어지는 날까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했습니다.

 

헤어지는 날까지

차마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했습니다.

 

그대 처음과 같이 아름다울 줄을

그대 처음과 같이 영원할 줄을

헤어지는 날까지 알지 못하고

 

순결하게 무덤가에 무더기로 핀

흰 싸리 꽃만 꺾어 바쳤습니다.

 

사랑도 지나치면 사랑이 아닌 것을

눈물도 지나치면 눈물이 아닌 것을

헤어지는 날까지 알지 못하고

 

끝끝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했습니다.

끝끝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했습니다.

 

 

시 내용 일부가 들어가 있는 이미지

 

 

 

​꽃이 시드는 동안

 

- 정호승

 

꽃이 시드는 동안

밥만 먹었어요

가뿐 숨을 몰아쉬며

꽃이 시드는 동안

돈만 벌었어요

 

번 돈을 가지고 은행으로 가서

그치지 않는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오늘의 사랑을

내일의 사랑으로 미루었어요

 

꽃이 시든 까닭을

문책하지는 마세요

이제 뼈만 남은 꽃이

곧 돌아가시겠지요

 

꽃이 돌아가시고

겨우내 내가 우는 동안

기다리지 않아도 당신만은 부디

봄이 되어주세요

 

 

시 내용 일부가 들어가 있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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