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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안도현 시모음 ‘너에게 묻는다’ 외 3편

by 늘해나 2022.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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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의 시모음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연탄 한 장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자작나무 숲에서

 

- 안도현

 

 

햇빛이

자작나무 잎사귀에 닿아서

열심히 잎사귀를 닦아주고 있네

 

잎사귀들이 좋아하네

저마다 반들반들 간지러워 하네

 

한 자작나무가 까르륵거리면

또 한 자작나무가 까르륵

까르륵

 

햇빛이 등을 밀어주고 있네

자작나무가 자작자작 여럿이

산을 넘고 있네

 

자작나무 숲이 넓어지고 있네

 

 

 

 

철길

 

- 안도현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앞서지도 뒤서지도 말고 이렇게

나란히 떠나가리

 

서로 그리워하는 만큼

닿을 수 없는

거리가 있는 우리

늘 이름을 부르며 살아가리

 

사람이 사는 마을에

도착하는 날까지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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