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출신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 2021 노벨문학상 수상
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는 탄자니아 출신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3)에게 돌아갔다. 10대 후반에 난민으로 영국에 이주한 뒤 꾸준히 탈식민주의 문학 활동을 해온 점이 높이 평가됐다. 그동안 노벨문학상은 유럽의 백인 남성들에게 압도적으로 많이 주어졌는데, 노벨상위원회가 ‘다양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웨덴 한림원 노벨상위원회 안데르스 올슨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다른 문화들과 대륙들 사이에서, 식민주의의 영향과 난민의 운명에 대해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연민을 갖고 통찰하는 작품을 꾸준히 써왔다”며 그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출신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200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소설가 존 쿳시 이후 18년 만이다. 아프리카 출신 흑인 작가로는 1986년 나이지리아 극작가 월레 소잉카 이후 35년만에 처음이다.
구르나는 1948년 동아프리카 연안의 영국 식민지였던 탄자니아 잔지바르섬에서 태어났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듬해인 1964년 잔지바르 혁명이 일어났고, 아랍 출신 소수민족에 대한 박해가 시작되자 그는 고국을 떠나야 했다.
당시 나이 18세였다. 영국 런던에 도착해 난민으로 인정 받고 유학생 생활을 한 그는 이후 1984년이 되어서야 고향으로 돌아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킬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작품 세계 전반에는 서구 사회에서 이민자로서 겪는 혼란이 담겨져 있다. 스물한 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1987년 자신의 첫 책 <출발의 기억(Memory of Departure)>을 펴냈다. 작가의 고국 탄자니아의 실패한 봉기에 대한 소설이다.
대표작인 <파라다이스(Paradise)>는 1994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파라다이스>는 식민주의의 상처를 간직한 동아프리카의 한 소년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해 출간된 최근작인 <사후(Afterlives)>는 어린 시절 독일의 식민지 군대에 의해 부모와 이별하고 고국의 내전에 참여해 동족과 싸워야 했던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탄자니아는 19세기 후반부터 독일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
올슨 위원장은 “구르나의 문학 세계에선 기억, 이름, 정체성 등 모든 것이 유동적”이라며 “이것은 아마도 그의 작품이 어떠한 확정적인 의미로도 완성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며, 지적 열정이 추동하는 끝없는 모색이 그의 모든 저작에서 보인다”고 말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그의 모국어는 스와힐리어지만 영어로 소설을 발표했으며 현재도 영국에 거주하고 있다. 최근까지 켄트대학에서 영문학 및 탈식민주의문학을 가르쳤다. 구르나는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직전 자신의 부엌에서 수상 사실을 처음 통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벨상 수상자는 1000만크로나(약 13억5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메달과 증서를 받는다. 그동안 노벨문학상은 ‘남성 중심’ 못지 않게 ‘유럽 중심’이라는 점이 한계로 꼽혀 왔다.
역대 수상자 수상자 118명 가운데 여성은 16명 뿐이었으며, 유럽 출신은 81명으로 약 70%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여성 시인 루이즈 글릭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해외 베팅 사이트들의 수상 예측에도 관심이 쏠려 왔는데, 올해는 이런 각종 사이트에서 수상 후보로 거론되지 않은 작가의 깜짝 수상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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