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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근찬3

하근찬 <흰 종이수염> 전문 흰 종이수염 - 하근찬  아버지가 돌아오던 날 동길이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지 못하고 쫓겨났다. 다른 다섯 명의 아이와 함께였다. 아이들은 모두 풀이 죽어 있었다. 어떤 아이는 시퍼런 코가 입으로 흘러드는 것도 아랑곳없이 눈만 대고 깜작거렸고, 입술이 파랗게 질린 아이도 있었다. 여생도 둘은 찔끔찔끔 눈물을 짜내고 있었다. 축처진 조그마한 어깨들이 볼수록 측은했다. 그러나 동길이만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는 두 주먹을 발끈 쥐고 있었다. 양쪽 볼에는 발칵 불만을 빼물고 있었고, 수박씨만한 두 눈은 차갑게 반짝거렸다. '울엄마 일하는데 어떻게 학교에 오는공. 울아부지 안제 돈 많이 벌어 갖고 돌아오면 다 줄낀데 자꾸 지랄같이…….' 동길이는 담임선생의 처사가 도무지 못마땅하여 속으로 또 한번 눈을 흘겼다. 쫓.. 2024. 8. 17.
하근찬 <수난이대> 전문 수난이대  - 하근찬  진수가 돌아온다. 진수가 살아서 돌아온다. 아무개는 전사했다는 통지가 왔고, 아무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통 소식이 없는데, 우리 진수는 살아서 오늘 돌아오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어깻바람이 날 일이다.  그래 그런지 몰라도 박만도는 여느때 같으면 아무래도 한두 군데 앉아 쉬어야 넘어설 수 있는 용머리재를 단숨에 올라 채고 만 것이다. 가슴이 펄럭거리고 허벅지가 뻐근했다. 그러나 그는 고갯마루에서도 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들 건너 멀리 바라보이는 정거장에서 연기가 물씬물씬 피어오르며 삐익 기적 소리가 들려 왔기 때문이다. 아들이 타고 내려올 기차는 점심때가 가까워 도착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해가 이제 겨우 산등성이 위로 한 뼘 가량 떠올랐으니, 오정이 되려면 아직 차례 멀.. 2024. 8. 17.
하근찬 소설 <흰종이수염> 하근찬 소설 전쟁 후에도 끝나지 않는 가정의 아픔 전쟁에서 한쪽 팔 잃은 아버지… 더 이상 목수일 할 수 없어 큰 좌절 그런 아버지 모습 받아들이기에는 어린 동길이에게 큰 상처였어요. 뉴스를 통해 이산가족이 만나 서로를 꼭 끌어안고 우는 모습을 보았을 거예요. 이산가족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만 있는 가슴 아픈 일이지요. 우리는 이산가족의 애환을 통해 여전히 남아 있는 전쟁의 고통과 비극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전쟁'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아마 총이나 군인, 탱크 같은 것을 떠올리거나 로봇을 생각하는 친구도 있을지 몰라요. 만화나 영화를 통해서만 전쟁을 접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여러분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이런 전쟁의 참상을 직접 경험하셨어요. 너무나 큰 비극을 낳는 전쟁이 .. 2020.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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