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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수녀님3

이해인 수녀님 송년시 ‘저무는 이 한 해에도’ 저무는 이 한 해에도 - 이해인 수녀 ​ 노을 빛으로 저물어 가는 이 한 해에도 제가 아직 살아서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할 수 있음을 사랑하고, 기도하고, 감사할 수 있음을 들녘의 볏단처럼 엎디어 감사드립니다. 날마다 새로이 태양이 떠오르듯 오늘은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제 마음의 하늘에 환희 떠오르시는 주님, 12월만 남아 있는 한 장의 달력에서 나뭇잎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시간의 소리들은 쓸쓸하면서도 그립고 애틋한 여운을 남깁니다. 아쉬움과 후회의 눈물 속에 초조하고 불안하게 서성이기보다는 소중한 옛 친구를 대하듯 담담하고 평화로운 미소로 떠나는 한 해와 악수하고 싶습니다. 색동 설빔처럼 곱고 화려했던 새해 첫날의 다짐과 결심들이 많은 부분 퇴색해 버렸음을 인정하며 부끄러운 제 모습을 돌아봅니.. 2022. 12. 31.
이해인 수녀님의 기도시 ‘출발을 위한 기도’ 출발을 위한 기도 -이해인 수녀 생명의 샘에서 물을 긷듯이 생명의 책에서 말씀을 긷습니다 주님, 당신 말씀을 떠 마시며 살아가는 이들의 기쁨이 굽이치는 강 되어 세상 곳곳 모든 이의 가슴에도 흘러들게 하소서 당신의 책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것 읽는 게 아니라 살아야 하는 것 모르지 않으면서 무심히 지냈음을 용서하소서 어둡고 팍팍한 일상의 삶에도 빛과 물이 솟게 하는 단 하나의 생명의 책을 그 어느 것과도 바꾸지 않겠습니다 어떤 기도서보다 내 마음을 깊게 하며 어떤 백과사전보다도 나 자신을 넓혀 주는 사랑의 성서 그 안에 늘 당신과 함께 살아감을 감사하게 하소서 ​ 한밤에 잠을 떨치고 일어선 사무엘처럼 이제는 더욱 분명히 당신의 목소리를 나도 듣사오니 말씀하소서 당신의 종이 듣나이다. 오.. 2022. 12. 13.
이해인 수녀님의 기도시 ‘말을 위한 기도’ 말을 위한 기도 ​- 이해인 수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놓은 말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속에서 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내 언어의 나무 주님 내가 짓는 언어의 나무에도 멀고 가까운 이웃들이 주고 간 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둥근 것 모난 것 밝은 것 어두운 것 향기로운 것 반짝이는 것 그 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 말은 죽지 않고 살아서 나와 함께 머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내가 할 말은 참 많은 것도 같고 적은 것도 같고 그러나 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 2022.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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