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이해인수녀님3 이해인 수녀님 송년시 ‘저무는 이 한 해에도’ 저무는 이 한 해에도 - 이해인 수녀 노을 빛으로 저물어 가는 이 한 해에도 제가 아직 살아서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할 수 있음을 사랑하고, 기도하고, 감사할 수 있음을 들녘의 볏단처럼 엎디어 감사드립니다. 날마다 새로이 태양이 떠오르듯 오늘은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제 마음의 하늘에 환희 떠오르시는 주님, 12월만 남아 있는 한 장의 달력에서 나뭇잎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시간의 소리들은 쓸쓸하면서도 그립고 애틋한 여운을 남깁니다. 아쉬움과 후회의 눈물 속에 초조하고 불안하게 서성이기보다는 소중한 옛 친구를 대하듯 담담하고 평화로운 미소로 떠나는 한 해와 악수하고 싶습니다. 색동 설빔처럼 곱고 화려했던 새해 첫날의 다짐과 결심들이 많은 부분 퇴색해 버렸음을 인정하며 부끄러운 제 모습을 돌아봅니.. 2022. 12. 31. 이해인 수녀님의 기도시 ‘출발을 위한 기도’ 출발을 위한 기도 -이해인 수녀 생명의 샘에서 물을 긷듯이 생명의 책에서 말씀을 긷습니다 주님, 당신 말씀을 떠 마시며 살아가는 이들의 기쁨이 굽이치는 강 되어 세상 곳곳 모든 이의 가슴에도 흘러들게 하소서 당신의 책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것 읽는 게 아니라 살아야 하는 것 모르지 않으면서 무심히 지냈음을 용서하소서 어둡고 팍팍한 일상의 삶에도 빛과 물이 솟게 하는 단 하나의 생명의 책을 그 어느 것과도 바꾸지 않겠습니다 어떤 기도서보다 내 마음을 깊게 하며 어떤 백과사전보다도 나 자신을 넓혀 주는 사랑의 성서 그 안에 늘 당신과 함께 살아감을 감사하게 하소서 한밤에 잠을 떨치고 일어선 사무엘처럼 이제는 더욱 분명히 당신의 목소리를 나도 듣사오니 말씀하소서 당신의 종이 듣나이다. 오.. 2022. 12. 13. 이해인 수녀님의 기도시 ‘말을 위한 기도’ 말을 위한 기도 - 이해인 수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놓은 말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속에서 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내 언어의 나무 주님 내가 짓는 언어의 나무에도 멀고 가까운 이웃들이 주고 간 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둥근 것 모난 것 밝은 것 어두운 것 향기로운 것 반짝이는 것 그 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 말은 죽지 않고 살아서 나와 함께 머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내가 할 말은 참 많은 것도 같고 적은 것도 같고 그러나 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 2022. 12. 12. 이전 1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