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박완서 수필2 박완서 에세이 <보통 사람> 전문 보통 사람 - 박완서 남보다 아이를 많이 낳아 늘 집안이 시끌시끌하고 유쾌한 사건과 잔 근심이 그칠 날이 없었다. 늘 그렇게 살 줄만 알았더니 하나 둘 짝을 찾아 떠나기 시작하고부터 불과 몇 년 사이에 식구가 허룩하게 줄고 슬하가 적막하게 되었다. 자식이 제때제때 짝을 만나 부모 곁을 떠나는 것도 큰 복이라고 위로해 주는 사람도 있지만 식구가 드는 건 몰라도 나는 건 안다고, 문득문득 허전하고 저녁 밥상머리에서 꼭 누가 더 들어올 사람이 있는 것처럼 멍하니 기다리기도 한다. 딸애들이 한창 혼기에 있을 땐 어떤 사위를 얻고 싶으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고, 친구들끼리 모여도 화제는 주로 시집보낼 걱정이었다. 큰 욕심은 처음부터 안 부렸다. 보통 사람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말이 쉬워 보통사람이지 보.. 2024. 6. 30. 박완서 에세이 <유쾌한 오해> 전문 유쾌한 오해 - 박완서 전동차 속에서였다. 아직도 한낮엔 무더위가 많이 남아있었지만 3호선 전동차 안은 쾌적할 만큼 서늘했고 승객도 과히 붐비지가 않았다. 기술의 발달 때문인지, 경제성장 때문인지는 몰라도 1호선보다는 2호선이 더 쾌적하고 2호선보다는 3, 4호선이 더 쾌적한 걸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늘 2호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약간은 샘도 났다. 내 옆자리가 비자 그 앞에 서있던 청년을 밀치고 뚱뚱한 중년 남자가 잽싸게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넉넉하던 자리가 꽉 차면서 내 치맛자락이 그 밑에 깔렸다. 약간 멋을 부리고 나간 날이라 나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치맛자락을 끌어내려고 했지만 그는 꼼짝도 안 했다. 여간 무신경한 남자가 아니었다. 나는 별 수 없어 그 남자를 툭툭 치면서 내 치맛자락이.. 2024. 6. 22. 이전 1 다음 728x90 반응형